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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hyeon Mar 23. 2017

화성 우음도

가을의 끝


 지난가을은 유난히 억새가 눈에 띄었다. 주변에 억새가 이리도 많았던가. 아마 그간 과제하랴 시험공부하랴 지나쳤던 것들이 쉬게 되자 비로소 눈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리라. 길가에 듬성듬성 자라 뜻밖에 마주치는 억새도 좋지만, 좀 더 깊은 가을을 만끽하고자 그로 뒤덮인 들판을 보고 싶었다. 대표적 갈대 명소인 순천만이 떠올랐으나 거리가 멀어 차일피일 미루다 어물쩡 가을이 넘어가고 말았다.


 그러던 겨울 어느 날, 치과에서 사랑니를 빼고 나왔는데 이대로 집에 들어가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오래도록 미뤄왔던 사랑니를 뺀 후련함 때문이었을까. 갑자기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다. 제대로 된 짐도 없고 차려입지도 않은 채 화성 우음도 즉흥여행을 결정했다.


ⓒjuhyeon


 이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휑한 거리들을 지나 굽이굽이 들어왔다. 여기저기 공사장이 많았고 옆으로 지나가는 차들은 일반 승용차보다 덤프트럭이 많았다. 그러다 내비게이션이 도착 10분 전이라고 말했을 때쯤 주위를 둘러보자 온 사방에 억새들이었다.


ⓒjuhyeon


 화성 우음도(좀 더 정확히 찾아가기 위한 지명은 화성 공룡알화석지다.)는 억새와 삘기가 뒤덮인 넓은 들판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름에 '도'가 붙어 있지만 간척지로 육지나 다름없어 바다는 보기 힘들다. 입구엔 공룡알화석지다운 작은 공룡 박물관이 하나 자리하고 있다. 삘기 밭 사이로 길게 난 나무데크길은 방문객들이 거닐기 편리하도록 도운다.


ⓒjuhyeon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그 가운데 전망대가 있다. 높진 않지만 기념사진 하나 남기기에 좋은 장소로 보인다. 전망대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면 곳곳에 홀로 서 있는 나무들이 눈에 띈다. 이 나무들은 '왕따 나무'로 불리며 사진 촬영지를 찾아 온 이들에게 좋은 배경이 되어주기도 한다.


ⓒjuhyeon


 하늘을 올려다보니 장애물 하나 없이 오롯이 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높은 건물이나 산 없이 사방이 탁 트여 있어 마치 외딴섬에 온 기분이 든다. 이곳에서 노을을 보면 참 아름답겠다.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해가 그대로 보일 테니 말이다.



 겨울인데도 억새가 남아 있을까 노심초사하며 왔으나 그 걱정이 무색하게 가을의 끝물을 충만히 느끼고 왔다. 순천만까지 가기 힘들어 차안으로 선택한 곳이지만 후회 없다. 울타리없이 가까이 볼 수 있어 더 좋은 곳이다. 그만큼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움이 필요하겠다. 순천까지 찾아가기 다소 부담스러운 거리에 사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가을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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