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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hyeon Apr 11. 2017

임실 구담마을

한적한 매화마을을 보고 싶다면


 봄을 맞아 봄꽃 여행지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와 동시에 헛걸음도 많이 보인다. 보통 개화시기로부터 일주일 정도면 만개하기 마련인데, 어쩐지 조금씩 늦는 듯하다. 그간 따뜻한 햇살을 막던 두터운 미세먼지 탓일까. 우리나라의 다양한 지형과 그에 따른 기후차이 탓도 한몫할 테다. 인터넷에 찾고자 하는 꽃 여행지를 찾아 검색하면 허무한 마음으로 돌아왔다는 글이 몇 개 눈에 띈다. 다른 이들의 헛수고를 막아주는 고마운 글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역시 올해 헛걸음을 했다.


 매화라 하면 광양 매화마을이 가장 먼저 떠오르곤 한다. 그 사진 속 강가를 따라 난 매화나무들과 장독대들에 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 여행지의 기준은 그곳의 아름다움보다 사람 적은 한적함이 좀 더 우선순위에 자리한다. 그렇게 찾게 된 곳이 바로 임실 구담마을이었다. 마찬가지로 섬진강과 그 주변 매화나무들이 있다는 점에 마음이 이끌렸다.


ⓒjuhyeon


 이른 아침부터 4시간을 달려 도착했다. 곳곳에 임실이라는 표지판이 반가웠으나 정작 보고 싶던 매화는 보이지 않았다. 아직 겨울이라는 듯 빈 나뭇가지들만이 줄 줄이었다. 긴 시간 드라이브를 마친다는 기쁨도 잠시, 걱정이 밀려왔다. 이렇게 먼 길을 달려왔는데 매화를 보지 못하면 허망해서 어떡하나. 너무 슬퍼하지 마시라. 다행히 양지바른 몇 곳에 매화가 핀 나무들이 있었다. 구담마을은 임실에 들고 나서도 한참을 더 깊이 들어가야 했는데, 강변이 가까워오자 점차 꽃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록 풍성하진 않았으나 분명 매화 마을다웠다. 섬진강 주위 늘어선 매화나무들이 곧 만개할 때가 오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할지 기대하게 했다.


ⓒjuhyeon


 조용한 마을이었다. 인적이 드물다 못해 거의 없는 이곳에서 본 사람이라고는 마당에서 불을 지피는 할머니, 마을회관 앞을 오가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누구를 태우고 왔는지 모를 택시기사가 전부였다. 마을 한편 작은 양봉장에서 나온 벌들이 날아다니는 웅웅 소리만이 가득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은 이 마을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관광지보다는 어느 작은 마을을 이룬 사람들의 삶의 터전 그대로에 가깝다. 한적함을 바랐으나 이곳의 그러함은 쓸쓸하기까지 했다. 곳곳에 보이는 폐가와 주인 모를 무덤은 으스스함을 더한다. 우리 역시 마을처럼 조용히,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애썼다.


ⓒjuhyeon


 비록 아직 매화나무들이 꽃봉오리만을 틔웠고 쓸쓸함이 감돌았지만 우리는 그런 아쉬움들을 그런대로 만끽했다. 우리만이 있어 곳곳을 거닐 수 있었고, 꽃이 적기에 오히려 다른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또 찾아올 마음은 없다. 충분히 볼만큼 작았기에. 그리고 주변에 겸사겸사 찾아갈 관광지나 먹거리가 없어 조금은 힘들었기 때문에. 활기찬 여행보다는 사색에 가까운 곳이다.





photographed by mooimir

all right reserved by juh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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