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소설 [크눌프]를 읽고
1. 주인공 크눌프 (2)
크눌프는 한때 오만했습니다.
세상이 자신을 따라올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세상의 중심이 크눌프, 자신이었습니다.
이성이 따랐고,
친구가 따랐고,
사람이 따랐습니다.
그렇게 그는 살았습니다.
손가락질 받지 않았고, 뒷말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되레 우정이 그를 감쌌고, 관심이 이어졌습니다.
몇 마디로 일이 풀렸고, 어깨동무로 앙금이 사라지기를 반복했습니다.
두려울 게 없었습니다.
세월이 지나 누군가의 평가를 받는 시기가 옵니다.
이제 세상의 중심에서 멀어져 있습니다.
말이 많은 것은 여전합니다.
그때도 그랬지만 말은 청산유수입니다.
누군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당신은 사상가나 교수가 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가 그렇게 떠벌렸던 이유는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함이었습니다.
두려웠습니다.
말이 두려웠습니다.
크눌프가
자기 입에서 나오는 언어,
언어가 만들어내는 문장,
문장이 엮는 논리,
논리가 쌓인 사상에 의문을 품었던 것입니다.
어느덧 크눌프는 말에 대한 자신감을 잃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천동설이 무너지고, 자신이 초라한 한 명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지동설을 인정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