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번을 말하는 리더

by 멘토사피엔스

“왜 같은 말을 또 해야 하죠?” 그 질문이 리더십의 시작입니다


“아니, 이 얘기 지난주에도 했잖아요?”

“한 번 설명했는데 또 말해야 하나요?”

“이 정도면 알아들었겠지…”


리더라면 누구나 속으로 혹은 직접,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을 겁니다.

무언가를 반복해서 설명해야 하는 상황은 지치고 비효율적으로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똑같은 말을 세 번, 다섯 번, 때로는 열 번 넘게 해야 할 때,

속으로 “도대체 왜 이걸 또 말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 질문 자체가 리더십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왜냐하면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은 말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리더십이 진짜로 발휘되는 순간은

“또 말해야 하나요?”라는 생각이 들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다시 말하는 선택을 했을 때입니다.

700번이라도 말해야 할 이유는,

상대와 ‘진짜로 싱크’되는 것이 리더의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효율이 최고였던 나, 반복은 낭비라고 믿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효율을 삶의 핵심 가치처럼 여겼습니다.

쓸데없이 반복하는 일, 한 번 말했는데 또 설명해야 하는 상황은 불필요한 낭비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 설명하면 알아들어야지.”

“일머리 있는 사람이면, 이 정도는 캐치했겠지.”

저는 그렇게 믿었습니다.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짧고 명확하게, 한 번에 끝내는 것이라 여겼고,

그게 잘하는 리더의 모습이라고 착각했습니다.

그래서 회의 자리에서도, 1on1에서도, 업무 전달 과정에서도

한 번 정리된 말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죠.


심지어 반복해서 설명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왜 이걸 이해 못하지?”라는 불편함이 먼저 앞섰습니다.

그리고, 속으로는 상대가 부족한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이 정도는 알아듣는 게 당연하지 않나?’

‘그걸 아직도 이해 못 했다고?’


한 번 말했으면 끝, 반복은 비효율이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반복 설명을 요청받으면,

불편함과 짜증이 먼저 올라왔습니다.


사실 효율은 성과가 나기 시작한 뒤에 고민할 문제입니다.

효율은 이미 효과를 경험한 구조를 정제할 때 빛을 발합니다.

그 전까지는 ‘전달되고 변화가 일어나는가’만이 리더의 최우선 과제입니다.


다시 말하면,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보다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먼저입니다.


말했다고 전달된 건 아닙니다


“아니, 분명히 말했잖아.”

그런데 상대는 몰랐다고 합니다.

알겠다고는 했는데, 행동은 다릅니다.

그럴 때면 혼란스럽고 답답해집니다.


저는 그동안 말했다는 사실만으로 전달이 완료됐다고 믿었습니다.

내가 명확하게 설명했고, 상대가 고개를 끄덕였으니,

이제 행동으로 옮기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말을 했다는 것과 전달됐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습니다.

“말은 나의 입에서 나왔지만,
이해는 상대의 세계 안에서 일어나는 일


상대가 그 말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어떤 경험과 문맥 속에서 받아들였는지는

제 통제 밖의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커뮤니케이션의 오차는

상대방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가 너무 많은 것을 생략하고 있었다는 데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핵심만 말한다며 뺀 것들,

당연하다고 여겨서 생략한 맥락들,

그 모든 것이 전달 실패의 원인이었습니다.


결국, 한 번 말해서 전부 전달되는 말은 거의 없습니다.

진짜 전달이란, 말한 사람과 들은 사람의 의미가 같은 방향으로 수렴되었을 때 비로소 성립됩니다.


또한 같은 말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합니다.

이건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과 맥락의 차이입니다.


예를 들어,

“조금 더 공격적으로 진행해보자”라는 말을

어떤 사람은 적극적 실행으로,

어떤 사람은 무리한 스케줄 강행으로,

또 어떤 사람은 나에게게 부담을 전가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같은 문장, 전혀 다른 행동.


특히 관계 초반,

상대와 내가 서로의 언어 습관, 경험, 일하는 스타일을 모를 때는

이런 해석의 오차가 더 커집니다.


이해는 당연하지 않다는 전제를 깔고,

“내가 이 말을 어떻게 설명하면,

상대가 자기 언어로 재해석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건 리더가 가져야 할 정신적 여유이자 책임감입니다.

그리고 이 여유를 실천하는 방법이 바로,

오버커뮤니케이션입니다.


관계 초반엔 오버해야 한다


처음은 서로 가장 모를 때입니다.

내가 쓰는 단어의 의미를 상대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고,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를 상대는 가볍게 넘길 수도 있습니다.

내 말투, 내 피드백 방식이 처음에는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의 초기에는 ‘과하다 싶을 만큼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오버커뮤니케이션입니다.


오버커뮤니케이션이란 이런 것입니다.

같은 내용을 다양한 방식으로 반복해서 말하기

상대방의 표현을 듣고 되묻기와 재정리를 통해 이해를 맞춰보기

이해했다고 해도, 행동으로 옮겨질 때까지 기다리고 확인하기

지나치다 싶을 만큼 친절하고 구체적으로 말하기


초기에 들인 시간과 정성이, 나중에 반복적인 충돌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투자입니다.

특히 리더라면, 이 역할을 먼저 해야 합니다.

‘알아서 잘하겠지’는 리더가 아니라 방관자의 말입니다.


처음 만난 구성원에게, 처음 이끄는 조직에게

오버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신뢰는 처음에 더 많이 말하는 사람이 만든다는 사실.


조직이 하나가 되는 순간은 반복 끝에 옵니다


“아, 이제는 굳이 말 안 해도 다 알아서 움직이네요.”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수십 번 같은 이야기를 하고,

왜 그 방향이어야 하는지를 반복해서 설명하고,

때로는 오해받고, 때로는 무시당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같은 메시지를 전달해온 끝에 들은 말이었습니다.


조직의 방향성을 세우는 일은 한 문장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한 번의 회의, 한 번의 메시지로 모두가 같은 그림을 그릴 수는 없습니다.


그림을 그리려면,

같은 붓으로, 같은 색으로, 같은 선을 여러 번 덧그려야 합니다.

반복입니다.

그리고 그 덧그림이 쌓이면, 조직의 얼라인먼트가 완성됩니다.


리더십이란 결국, ‘조직이 같은 방향을 보게 만드는 끈기’입니다.


그 끈기는 설득의 기술이 아니라,

같은 메시지를 수백 번이라도 말할 수 있는 마음의 힘에서 나옵니다.

‘이 방향이 맞다’는 확신과,

‘아직 안 따라온 사람을 기다릴 수 있는 여유’에서 나옵니다.


리더는 결국, 같은 말을 700번 말할 각오를 한 사람입니다.

그 반복 끝에 오는 단 한 번의 진짜 ‘이해’와 ‘동기부여’를 위해

리더는 오늘도 같은 말을 또 해야 합니다.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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