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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락 Jul 22. 2021

백일홍에게

백일홍에게
―젊은 부음에 부쳐




꽃 필 때를 몰라서 꽃 질 때를 몰랐지
백날 울어서 내 한 몸 가졌더니
한낱 바람만 모질게 붉었지
하지夏至 땅끝 밖, 낮달은 여전히 시리고
땅속을 글썽이던 매미도 제 울음을 내는데
핏대 선명하던 긴긴 목울음이 반半 생애의 저편에서
다시금 피는 날엔
사랑하는 이여, 내 한목숨 부서져도 좋을 것 같아
어둔 새벽, 화사한 길목에 잠시 누었다 가는 연유를
너는 모를 뿐
오직 모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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