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야 아프지 마
3/17(화)의 기록
기상 시간 6:01
우리 집에서 오래 함께 지낸 강아지, 베리가 어제부터 힘이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격하게 반기진 않더라도 “언니 일어났어?” 정도의 눈빛은 보여줬었는데 오늘은 눈빛에 힘이 없었다. 덜컥 겁이 났다. 어디가 크게 아픈데 내가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너무 나 혼자 운동한다고 바빠서 베리를 신경 쓰지 못했나.. 아침부터 여러 가지 생각이 났다.
쓰다듬어줘도 별로 미동이 없었다. 그냥 조용히 숨만 쉴 뿐이었다. 몸에도 눈에도 힘이 없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동물을 키운다는 건 정말 - 쉽지 않다. 아파도 아프다고 할 수 없으니까 계속 관심을 줄 수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바쁘다는 핑계로 잊게 되는 나 자신이 밉기도 하다.
출근시간이 다가와서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집을 나섰다. 혹시라도 내가 일하는 도중에 혹시라도 잘 못 되면 어떡하지.. 하루 종일 걱정이 되었다.
내 마음처럼 하늘도 우중충한 아침이었다. 하나의 생명체를 키운다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책임감이 필요하다. 귀엽다고 덜컥 키워야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는 택도 없다. 결혼식 때 맹세하는 것처럼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의 각오로 키워야 한다. 마냥 힘이 넘치고 귀여운 새끼 때를 지나, 하나하나 고장 나는 노년의 강아지 모습도 받아들일 수 있는지 각오가 필요하다.
이 글을 쓰는 수요일에 베리는 다행히 기운을 좀 차렸다. 귀도 쫑긋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오래오래, 머물러줘 베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