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국가신용등급
최상목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하여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가 신용등급은 한 번 내려가면 올리기 어렵다."는 말을 하며 최 권한대행을 지지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국가의 신용등급이란 무엇이길래 한 번 내려가면 다시 올리기 어렵고, 이게 내려가면 어떤 문제가 생기길래 저런 말을 한 걸까.
국가신용등급 (國家信用等級, sovereign credit ratings) 은 한 국가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 적용하는 신용도를 말한다. 단순화해 보자면 돈을 빌려줄 만큼 경제적으로 안정적이고 믿을만한 국가인가 (=채무 상환 능력)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인 것이다. 국가신용등급은 국제 신용 평가기관에서 평가하여 결정되는데, 미국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와 무디스(MCO), 영국의 피치 레이팅스(피치)를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이라고 한다.
개인이나 기업이 대출을 받을 때 신용등급에 따라 이율을 다르게 적용받거나 아예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것처럼, 국가도 외국에서 돈을 빌릴 때 신용등급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신용등급이 높은 국가는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국가는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거나 돈을 빌리 못하는 식이다. 때문에 국가신용등급 평가는 경제 선장전망, 재정 정책, 정치적 안정성, 외환보유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지며, 결과적으로 한 국가의 경제 건강 상태를 국가적으로 나타내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국가 신용등급이 오른다는 것은 그 나라가 그만큼 '안정적인 투자처'로 여겨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외국 자본이 많이 유입되고, 정부나 기업이 외국에서 돈을 빌릴 때 더 낮은 금리로 빌릴 수 있어 국가 경제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신뢰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환율이 안정되는 효과도 있다.
반면에 신용등급이 내려가게 된다는 것은 그 나라가 '안정적이지 못한 투자처'로 여겨진다는 의미가 된다. 외국 자본의 유출이 심해지고 (= 안정적인 나라로 자본이 빠져나가게 되고), 돈을 빌릴 때 금리가 높아지게 되면서 국민 경제에도 부담을 주게 된다. 환율이 오르게 되면서 수입품 가격이 올라가고, 물가가 상승하여 국가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A라는 국가에 a라는 기업이 있다고 하자. a 기업은 재정도 건전하고 뛰어난 기술력도 가지고 있어 세계적으로 매우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만약 A라는 국가의 신용등급이 낮아진다면? 국가의 신용등급이 나쁘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기업 또한 좋은 신용평가를 받기 어렵게 된다. 기업을 포함한 경제활동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위 표는 대한민국의 국가신용등급(S&P) 변화 추이표다. 1997년 대한민국 외환위기 당시 국가신용등급이 크게 하락한 것을 볼 수 있다. 저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외국 자본이 대규모로 빠져나가고,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실업률이 급증하면서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따라왔다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신용등급이 그 나라의 경제상황을 잘 보여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2011년,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췄을 때는 전 세계의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세계적으로 위험자산을 기피하고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고조되면서 가장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주가는 폭락했고 안전자선인 금 가격이 급등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쳐서 우리나라의 종합주가지수도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결국 국가신용등급이라는 것은 어떠한 상황들이 모여 정해지는 결과지표이기도 하지만, 그 외에 또 다른 수많은 현상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선행지표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당장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만 문제가 아니라 다른 나라의 등급이 변하면 우리까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영향력이 큰 지표이기도 하다. 앞으로 뉴스를 보다가 국가신용등급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 조금 더 주의 깊게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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