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구인배수
'25년 1월의 구인배수가 0.28로 곤두박질쳤다고 한다. 이는 IMF 직후였던 1999년 0.23 이후 2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한다. 구인배수가 무엇이길래 2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고, 그것이 어떤 의미인 걸까.
구인배수는 신규 구인인원 대비 신규 구직건수, 그러니까 직장을 구하려는 사람과 사람을 구하는 직장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일자리 시장의 인력 수급 상황을 보여주는 중요한 경제 지표다. 예를 들어 사람을 구하는 자리가 100곳이고 직업을 구하는 사람이 50명이라면 구인배수는 2가 되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하자면 일자리를 찾는 사람 1명당 2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구인배수가 1보다 큰 경우는 일자리가 구직자보다 많다는 의미이므로, 구직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고 기업 입장에서는 인재 확보가 어려워져 채용 경쟁이 치열해진다. 반대로 구인배수가 1보다 낮은 경우에는 일자리가 구직자보다 적다는 의미이므로, 구직자 입장에서는 취업이 어렵고 기업 입장에서는 인력 확보가 수월해질 것이다.
구인배수는 단순히 일자리 상황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경기 변화의 흐름을 읽는데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기도 한다. 구인배수가 경기 순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1. 경기 확장기 : 구인배수 상승
경기가 좋아지고 기업의 매출이 증가하면 일손이 부족해진 기업은 채용을 늘리게(=일자리가 늘어나게) 된다. 이러면 구인배수가 1 이상으로 상승하게 된다.
2. 경기 둔화기 : 구인배수 하락
반대로 경기가 둔화되거나 불황이 오면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채용을 줄이거나 구조조정을(=일자리가 줄어들게) 하게 된다. 이러면 구인배수가 1 이하로 하락하게 될 것이다.
3. 경기 전환의 신호
때문에 구인배수의 변화는 경기가 어떻게 변할지를 예측하는 신호로 사용될 수 있다. 경기가 좋아질 때는 구인배수가 점점 상승하다가 어느 순간 정점을 찍고 하락하게 될 것이다. 경기가 나빠지는 것이다. 그러면 구인배수는 점점 하락하다가 또 언젠가 바닥을 찍고 상승하게 될 것이다. 경기가 좋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구인배수의 흐름을 통해 경기가 좋아지고 나빠지고를 예측할 수 있다. (물론 경기에는 여러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겠지만) 단순화해서 생각해 보자면, 구인배수가 낮을수록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 발표한 구인배수. '23년 1월부터 나와있어서 뉴스에서 본 것처럼 26년 만의 가장 낮은 수치라는 것이 제대로 체감이 되진 않지만 '25년 01월이 확연히 낮다는 것은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구인배수 0.28. 이 말인즉 직업을 구하고 싶은 사람이 100명이 있어도 72명은 직업을 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제야 이 수치가 어떤 의미인지 명확히 다가온다. '25년 1월은 과거 금융위기보다도,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던 때보다도 직업을 구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25년 1월의 구인배수가 낮은 것도 문제지만 '22년부터 구인배수가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건설업, 사업서비스 등에서 경기 둔화가 두드러져 관련 기업의 인력 수요가 줄어든 것이 구인 인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지만 이게 어제오늘 일이 아닌다. '25년 1월의 낮은 수치가 반등을 알리는 바닥이었으면 좋겠지만 요즘 뉴스를 보면 바닥이 아니라 아직도 낮아지고 있는 '과정'인 것 같아 더 우려된다.
얼마 전에 한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 이직을 하고 싶어서 열심히 알아보는데 도저히 자리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당장은 아쉬워도 일단 지금 회사에 붙어있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을 당시에는 막연하게 '이직이 쉽지 않은가 보다.'정도로만 생각했는데, '25년 1월의 구인배수를 보고 나니 그가 말했던 것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보다 명확하게 이해되었다.
하루빨리 경기가 좋아져서 구인배수가 쭉쭉 높아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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