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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reader Mar 17. 2023

자녀를 행복한 어른으로 키워낸다는 것

그 후 10년, 다시 읽어보는 반성문

"훌륭한 엄마는 아이를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시킨다"

짬나던 터에 보게 된 한 프로그램의

타이틀이었습니다.

 

첫째가 자주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엄마, 오늘 시간 있어요?"

입니다.

아이가 이 말을 꺼내들 때는 두 가지의 경우가 있죠.

하나는 직장일로 바쁜 엄마와 같이 하고픈 게 많지만, 혹시나 엄마가 바쁠까 봐 피곤할까 봐

원하는 바를 곧장 얘기 못하고 눈치를 볼 땝니다.

또 한 경우는 나름 바쁜 초등생인지라

친구와 놀 수 있는 시간이 있나

계산해 보는 요량인 거죠.


오늘도 하굣길 엄마를 본 아이의 첫마디는

"오늘 시간 있어요?"였습니다.

학교 운동장에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반 친구들을 뒤로하고 오려니 아쉬웠던 거죠.

그 맘 모르지 않지만 아이의 절한 눈빛을 모른 척,  미뤘던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뒷좌석의 아이를 백미러로 들여다봤죠.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리 찍히듯 아팠습니다.

과거, 직장일이 매진해 있을 당시

바쁜 엄마와의 시간이 간절했던

어린 아들이 보여줬던 원망과 서글픔을 다시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원하는 것을 말하며 조르고 울먹이는 것보다 더 난감한, ‘말해보기도 전 이미 포기해 버린 얼굴’이라고 표현하면 이해할까요.

 

그렇게 며칠 전 본 방송 프로그램이 떠올랐습니다.

<훌륭한 엄마는 아이를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시킨다>

이해는 하되 공감하지 못하는 엄마.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

행복할 권리를 뺏는 엄마.

나는.... 과연.... 해당사항 없는가?

 

차를 동네 한편에 주차해 두고

일부러 손을 잡고 걸었습니다.

일에 빠져있는 엄마,

어린 동생 돌보기도 바쁜 엄마가 아닌

좋은 친구가 돼주고 싶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걸쭉~한 김치찌개백반을 사 먹이고

동네 가게들을 기웃거려 보고

달리기 시합도 하면서

오랜만에 함박 웃는 아이를 보았습니다.

 

그러기를 두 시간, 아이가  또 그러더군요.

“엄마, 지금 시간 얼마나 있어요?

태권도 가기 전에 아파트 친구들이랑

놀이터에서 놀고 싶었는데...

엄마랑 너무 오래 데이트해서 시간이 없지? 휴~~”

 

아이는 컸고, 이젠 엄마보단 또래와의 소통이 간절한 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런데도 아주 잠깐, 가슴이 아프더군요.

그렇게도 엄마를 원하던 시절엔 당장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고, 이제야 돌아와 보니

아이는 또 다른 세상을 꿈꾸고 있네요.

아이가 성장하는 속도를 엄마가 따라가지 못한다더니, 그게 이런 거구나 싶더군요.

딴엔 바쁜 시간 쪼개 아이를 위해 노력했지만

아이는 더 이상 '희생'하는 엄마보다

함께 '공감'하고 즐거울 수 있는 친구와의 소통이 중요한가 봅니다.

몰랐을 리도 없는데 당황스러운  건

그동안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살지 못했기 때문이겠지요.


이해는 머리로 하고 공감은 가슴으로 한다, 합니다.

머리로는 되는 이해가

가슴으로는 쉽지 않아 생기는 마찰에 대해 이야기했던 방송내용이

아직도 100% 이해가 되진 않습니다.

이해와 공감, 무슨 차이일까요...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엄마노릇이라는 말을

오늘 절감합니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이 감사하고 귀한 '엄마'란 이름을 잘 붙들고 가보려 합니다.

가끔은 한 템포 쉬면서

반성의 시간을 갖는 것만 잊지 않기를,

아이에게 "잘했는가"보다 "행복했는가"를

물을 수 있는 부모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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