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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 Feb 25. 2021

영어를 배웁시다

아들에게 미리 보내는 편지

안녕, 아이들아! 아빠야. 지금은 한글을 읽을 수 없으니 아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이 글을 볼 거라 생각해. 


인도에서 독립 운동을 하다 감옥에 갇힌 '자와할랄 네루'가 딸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쓴 '세계사 편력'이란 책이 있어. 나도 그 얘기를 듣고 따라해보는 거야.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더라고.


우선 영어를 배우길 바래. 내 학창시절 때도 영어는 '국영수' 중에 하나로 아주 중요한 과목이라 다들 열심히 하긴 했지만 왜 배우는지에 대해서 뚜렷한 의식은 없었어.


이제는 그 이유를 좀 알겠어. 단지 수능이나, 대학원 입학, 대기업 입사, 공무원 시험에 필요한 자격 요건이라서가 아니야. 


도올 김용옥 선생님의 유튜브 영상을 한 번 본 적이 있어. 세계의 모든 지식의 대부분이 영어로 씌어져 있다는 사실. 역사를 공부해보면 알겠지만, 영국과 미국으로 대변되는 앵글로 색슨족이 전 세계를 아예 휩쓸고 지나간 덕분이지. 한국어로 작성한 지식의 수 백 배, 아니 수 천 배는 더 많을거야. 


그래서 영어로 책이나 지식을 접하면 다른 언어에 비해 습득하는 지식의 양이 열 배 이상은 빨라진다는 거지. 그런 면에서 영어 다음으로 공부하면 좋을 만한 언어는 일본어를 추천하더라고. 아마 아시아에서 가장 빨리 근대화를 이룬 일본이 수 백 년 동안 집적한 지식의 양이 엄청나다는 반증일거야. 


싱가포르의 전 총리 '리콴유'도 비슷한 맥락의 말을 했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초강대국이 될 것 같냐는 질문에, "중국은 12억의 인적 자산이 있지만 미국은 70억의 인적 자산이 있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을 넘어서지 못 할 것이다." 라고 했다는군. 미국의 인종, 문화적 개방성을 가리키는 말이긴 하지만, 나는 언어의 영향력에 있어서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라고 봐.


내가 한의사로 일하면서 여러 의학 자료들을 '유튜브'에서 많이 찾아보거든. 수준 높고 지적인 콘텐츠는 거의 다 영어로 되어 있어. 자료 자체는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으나 그 접근도는 어떤 언어를 쓰느냐에 따라 천양지차지. 


학교 다닐때 그래도 열심히 영어를 공부했다고 생각했으나, 그 정도로는 방대한 영어의 세계를 접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단다. 우리나라의 기본적인 외국어 교육은 읽기, 쓰기 위주거든. 


아이가 태어나면 처음에는 부모의 말을 들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얼추 흉내를 내며 따라 말하지. 그렇게 듣고 말하기가 된 다음에야 읽고 쓸 수 있어. 언어는 원래 문자 이전에 말소리거든. 언어 교육도 원래는 듣고 말하기가 우선이 되어야 해. 그래야 언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지.


발음도 후진데 읽고 쓰기부터 배우니 막상 외국인을 만나도 대화 한 마디 못 하지. 나의 부족한 영어 실력을 비겁하나마 교육 정책 탓으로 돌려본다. 만약 언어를 배우는데 궁극적인 이유를 누군가 말해줬더라면 공부 방식이 달라졌을거라고 봐. 


세상을 제대로 알고 느끼기 위해서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거지. 영어 찬미주의는 아니야. 나는 한국이 세계 1위의 초강대국이라서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말을 배우려고 난리를 쳤으면 좋겠어. 현실은 그게 아니니까 따라가야지. 


인구 구성으로 봐서는 중국어나 스페인어도 괜찮겠지. 특히 스페인어는 중남미는 물론이고 히스패닉 계열 인구가 증가하는 미국에서도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 어디까지나 영어 실력이 완벽해서 여력이 있다면 말이야.


아빠는 요즘에 다시 영어를 배우고 있어. 읽기, 쓰기에 몰입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듣기, 말하기부터 말이야. 온라인에서 좋은 선생님을 한 명 만났어. 그래서 발음부터 다시 교정하고 있지. 신기하게 발음을 교정하니까 영어가 더 잘 들려. 상식적으로 그게 맞겠지. 내가 발음을 모르는데, 외국인이 말할 때 단어 하나 하나를 어떻게 알아 듣겠어. 그래서 요즘에는 영어가 다시 재밌어졌다. 일단 발음이 후지면 스스로 만족이 안 되니까.


더 어렸을 때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 해주었더라면 좋았겠다. 너희들은 이 편지를 읽고 좋은 건 일찍부터 하면 좋겠다. 



2021. 2. 25(목) 퇴근 무렵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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