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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 Jun 30. 2022

상대가 고마워해야 인센티브다

평소 멘토로 삼고 있는 분이 있다. 주유소 대표님이다. 파격적인 고객 응대와 치밀한 인사 관리로 여러 차례 언론에도 이름을 올렸던 분이다. 언젠가 그분을 찾아갔을 때 인센티브가 화두에 올랐다.


"100만 원을 줘도 상대가 고마워하지 않으면 인센티브가 아니에요. 단돈 5천 원을 줘도 고마워하면 인센티브구요."


그러면서 구내식당 이야기를 했다. 주유소 한켠에 식당이 있다. 식당 아주머니가 직원들 잘 먹인다고 날마다 고기 산적을 만들어줬다. 먹고 싶은 대로 막 주지는 않고 1인당 1-2개만 주었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 직원들은 뭔가가 허했다. 자기 딴에는 잘해주는데 직원들이 퉁퉁거리니 아주머니가 속이 상했다. 옆에서 보던 대표님이 한 마디 했다. "아무리 좋은 걸 줘도 감질나게 주면 고마워하지 않죠. 차라리 고기반찬을 빼세요.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삼겹살 파티를 해주세요."

평소 반찬은 보통이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삼겹살을 배 터지게 먹으니 직원들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식당 아주머니도 그런 반응에 놀랐다고 한다. 


한의원을 운영하다 보면 나 또한 직원들에게 월급 이외에 뭔가를 줄 때가 있다. 처음에는 직급 상관없이 모두에게 10만 원씩 주었다. 고맙다고 하지만 당연한 걸 받는 느낌이었다. 50만 원을 줘 본 적도 있다. 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 똑같이 받으면 고마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람의 마음이 가진 상대성 때문이다. 내가 주식으로 백만 원을 벌어도 다른 사람들이 이백만 원을 벌면 별로 기쁘지 않다. 반대로 내가 백만 원을 잃어도 다른 이들이 이백만 원을 잃었다고 하면 기뻐한다. 심지어 몸이 다쳐도 마찬가지다. 버스를 탔는데 사고가 나서  팔이 부러졌다고 하자. 사람들이 많이 죽고 다친 상황이었다면, 나는 팔만 부러졌다고 기뻐할 것이다. 사람들이 멀쩡하다면 나 혼자 재수 없게  팔이 부러졌다고 한탄할 것이다. 


생각을 바꿨다. 


실장과 3명의 직원 모두에게 15만 원을 주려고 하다가, 직원들에게는 10만 원을 주었다. 그리고 그 남는 돈을 모아서 실장에게 20만 원을 주었다. 직원들은 15만 원이나 10만 원이나 감흥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실장은 자기가 직원보다 2배를 더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기꺼워했다. 적어도 한 사람을 크게 만족시킨 셈이다. 


대표님은 한 가지 생각을 더 들려줬다. 이미 예상하는 인센티브는 인센티브가 아니다. 마치 월급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은 일 년이 다 가면 수익의 일부를 직원 용으로 따로 떼어놓는다 했다. 직원별로 얼마씩 책정을 해 놓은 다음에, 일 년 동안 명분을 만들어서 그 돈을 전해준다. 


모 한의원 여자 원장님은 그 원칙을 몸소 실천했다. 진료가 끝나고 백화점 명품 매장을 가서 샤넬 립스틱을 샀다. 직원들을 한 명씩 불러 선물을 줬다. 본인이 사기에는 부담되고, 그렇다고 누가 선물해 주지 않았을 물건.  생전 처음 받아보는 명품 립스틱을 받고 흐느껴 운 직원도 있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선물이 주는 효과는 아주 컸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마인드가 바뀌었다. 무엇을 주기 전에 상대가 고마워할까를 따져보게 되었다. 


"직급을 올려주면 고마워할까?"

"이 정도로 월급을 올려주면 고마워할까?" 

"이렇게 말해주면 고마워할까?"

"내가 간식으로 무엇을 사 가면 고마워할까?" 


그리고 잊지 않기 위해 항상 되새긴다. 상대가 고마워해야 진짜 인센티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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