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필 May 17. 2024

지하철에서 책을 읽다

지하철을 타면 100명 중에 98명은 핸드폰을 꺼내든다. 게임하는 사람, 모바일 메신저에서 지인과 대화하는 사람, 웹툰이나 웹 소설을 보는 사람, 인스타그램이나 쇼츠 등 SNS를 보는 사람. 개중에 영어나 인강을 듣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수는 미미하다. 


1990년대 초반에 인터넷이 대중화된 이후 정보에 대한 접근이 아주 쉬워졌으나, 쓸데없는 정보도 미친 듯이 흘러들어왔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걸그룹 AOA 출신 배우 김설현은 11시간 동안 쇼츠를 본다고 말했다. 나는 그렇게까지 시간을 들여본 적은 없으나 단 30분만 쇼츠를 보아도 깨달았다. 손아귀 사이로 모래가 빠져나가듯 별 기억이 남지 않는다는 사실을.


디지털이 아날로그에 비해 인간의 기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는 차치하고서라도 이런 시간이 너무나 아까웠다. 모든 것은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 편리한 만큼 잃는 게 있고, 불편한 만큼 얻는 게 있다. 나는 조금 불편해지기로 했다.


아침 출근길에 가방에 책을 한 권 넣는다. 지하철을 타자마자 핸드폰은 가방에 넣고, 대신 책을 꺼내든다. 30분 정도만 책을 봐도 생각보다 몇 십 페이지는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그렇게 1-2주 정도면 책 한 권은 거뜬하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있다. 바쁜 생활에서 별도로 시간을 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기존의 시간을 개선해야 한다. 나에게는 지하철로 이동하는 시간이 좋은 독서 시간이 되었다. 책을 들고 다니는 불편한 만큼 얻는 게 분명 있다. 오늘도 내 가방은 무겁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은 2번 대신 1번 출입구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