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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 Aug 26. 2024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를

출근길에 한 할머니를 매일 마주친다. 정확히 몇 시부터 나와계시는지 알 수 없으나 7시 언저리에 주변을 크게 한 바퀴 도신다. 두 팔로 성인용 보행기를 꽉 쥔 채 말이다. 언젠가 그녀는 한 건물에서 나온 경비 아저씨와 담소를 나눴다. 몸이 안 좋아서 재활 차원에서 걷는다는 이야기가 얼핏 들렸다. 


어느 날 매너리즘에 빠져 터덜터덜 출근을 하고 있었다. 그 할머니는 어김없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나타나 걷고 있었다. 그 분의 절박함을 나는 온전히 알 수 없고 그녀 또한 다리 멀쩡한 젊은이의 또 다른 고민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바다 위에 점점이 떠 있는 외로운 섬 하나 하나이다.  


인사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은 마주친 김에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잠깐 멈췄다가 천천히 인사에 답했다. 외로운 섬들 사이에 아주 자그마한 다리 하나가 놓였다. (202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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