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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보다는 차선
겸상적혈구빈혈(Sickle Cell Anemia)이 있다. 이 병의 유전자를 부모 중 한쪽에서만 물려받으면 대부분 큰 문제 없이 살아가지만 양쪽 부모에게서 유전자를 받으면 대부분 30세 이전에 사망한다.
흥미롭게도,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이 겸상적혈구빈혈 유전자 보유자가 유난히 많이 발견된다. 원래 말라리아 원충은 정상적인 적혈구를 선호한다. 그러나 겸상적혈구빈혈을 가진 사람의 적혈구는 '겸상'이라는 말 그대로 낫 모양으로 변형되어 있다. 이러한 형태에서는 말라리아 원충이 정상적으로 증식하기 어렵다. 그 결과 겸상적혈구빈혈 보유자들은 말라리아에 완전히 면역은 아니지만, 감염되어도 증상이 경미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말라리아에 걸려도 후손을 낳을 수 있는 연령까지 생존할 확률이 높다. 즉, 말라리아로 인해 며칠 만에 목숨을 잃을 바에는, 건강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20-30년은 더 살아갈 수 있는 개체를 자연이 선택한 것이다.
* 이 글은 짧은 수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