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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bbitroad Oct 01. 2018

특별히 좋아하는 게 없어요.

'나를 닮은 일' 두 번째 인터뷰 '편집하는 박태하'


“뭘 좋아해?”라는 물음에 뭐라고 답을 하시나요?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을까요?

사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사람들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요.     


‘나를 닮은 일’ 두 번째 인터뷰이는 『책 쓰자면 맞춤법』 저자이기도 한 베테랑 편집자 박태하입니다.


우연히 선택한 직업     


두 번째 인터뷰이가 출판 편집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우연에 가깝다고 합니다. 대학 시절 기자 시험을 준비하다가 일단 취업을 하자 싶을 때 눈에 띈 것이 바로 출판사 편집자 공고였답니다. ‘아, 이런 직업도 있었지’라고 생각하며 낸 지원서가 덜컥 붙어 편집자가 되었다니 그야말로 ‘어쩌다 보니’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원하던 일도, 직업도 아니었다면 이게 맞는지, 다른 걸 해봐야 하는 건 아닌지 선택에 고민이 있지

는 않았을까요?     


박태하 : 일단 저는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게 아니라 싫어하는 일을 피하려고 했거든요. 제가 그렇게 감정적으로 강렬하게 뭐에 끌리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마음보다 머리가 앞선달까, 좋고 싫은 게 그렇게 뚜렷하지 않아요. 그래도 그 뚜렷하지 않은 와중에도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라는 질문보다는 “네가 진짜로 마음에 걸리는 게 뭐야”가 훨씬 대답하기 쉬운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게 아니라 싫어하는 것을 피하다.     


싫어하는 걸 피해서 간 길. 그게 직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것저것 비교를 해봤을 때 이게 더 나은지, 저게 더 나은지 헷갈릴 때, 이게 더 싫은지, 저게 더 싫은지를 기준으로 하면 좀 더 쉽게 답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박태하 : 좋은 건 그냥 좋게 마련이에요. 그런데 싫은 것에는 이유가 비교적 명확하잖아요. 내가 가장 못 견디고 싫은 것들부터 하나씩 하나씩 지워 나가는 게 더 쉬운 건 맞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좀 더 심플해지고, 좋아하는 것들도 조금씩 더 눈에 들어올 수 있겠죠.     


누군가 “뭘 좋아해?”라는 물었을 때 나만 좋아하는 게 없는 사람 같이 느껴지신 적이 있나요.  “뭘 좋아해?”라는 질문보다 차라리 “뭘 싫어해?”라는 질문에 답을 하는 게 쉽지 않을까요.      


싫어하는 것은 명확하지요. 특별히 좋아하는 게 없다 하더라도 사람마다 유독 싫어하는 것들이 있게 마련입니다. 좋아하는 걸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싫어하는 걸 인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쩌면 내가 싫어하는 것들이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를 찾는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박태하 : 싫은 게 뭐냐고 물었을 때 ‘나는 가난한 게 싫어, 인정 못 받는 게 싫어’라고 말하는 건 답이 아니라 회피인 거죠. 가난하거나 인정받지 못하거나 힘든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건 너무 당연한 거잖아요.      


다만 내가 싫어하는 게 남들과 다른 무엇, 남들과 다른 나만의 기준이 아니라, 누구나 싫어하는 것들, 피하고 싶은 것들이라면 내가 무엇을 싫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박태하 : 싫은 걸 피하거나 좋은 걸 찾는다고 할 때 단순히 내가 뭐가 좋고 싫은지를 아는 걸로는 좀 부족한 거 같아요. 싫고 좋음에 대해 계속 곱씹어 보고, 공부도 하고 생각하면서 이 싫음과 좋음은 괜찮은 걸까, 그건 어떤 의미와 관계 속에 놓여 있는 걸까를 스스로 물어보면서 자기 안에서 소화시키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계속 업데이트를 하면서요.     


인터뷰 중에 ‘최선’은 아니지만 ‘차악’을 선택한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최악’을 피해 가는 길,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들을 제외하면서 나아가는 길. 


인터뷰는 편집과 좋은 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인터뷰이가 얘기하는 좋은 글이란 ‘첫째,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 둘째, 자의식이 지나치면 안 된다’는 거였습니다. 이 말은 좋은 글에도 해당이 되지만 우리 삶에도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내 삶의 편집자     


박태하 : 저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을 편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연성이라는 건 내 행동의 이유를 찾는 거고 과잉되지 않은 자의식이라는 건 그게 과연 옳은 걸까부터 차근차근 고민해 나가면서 하나씩 걷어내는 거겠죠. 자신의 삶을 알차게 일구기 위해서는 중요한 부분들에 개연성을 만들고 필요 없는 부분들, 과잉된 부분들은 걷어내야 할 것 같아요. 편집자가 아니더라도 자기 삶을 제대로 꾸려 나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기 삶의 편집자가 되어야 하는 거죠.     


이 글은 ‘나를 닮은 일’ 인터뷰를 요약, 재구성해서 싣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문은 곧 출간될 ‘나를 닮은 일’에 수록됩니다.

다음 회차에는 직장인이자 독립출판물 작가인 서귤 작가와의 대화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자신을 위한 작업’ 이야기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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