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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y May 01. 2020

APP으로 혼자 이사하기

스타트업 디자이너의 IT활용기


최근에 이사를 무사히 마쳤다. 의식주가 삶에서 가장 기본 되는 것인 만큼 신중하고 꼼꼼하게 결정하고 싶었다. IT업계에 종사하는 디자이너로써 APP을 활용해서 이사한 기록을 남겨본다.


리텐션의 결정체 당근마켓

풀옵션의 집에서 도어락도 안 달려있는 무옵션의 집에 가려다 보니 정말 사야 할게 많았다. 당근마켓을 통해서 가스레인지, 에어컨, 침대 프레임, 책상, 옷장 등등 큼직큼직한 물건들을 구매했는데 모두 너어어무너무 만족스럽고 잘 산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파트에서는 내가 중고거래를 만족스럽게 하는 팁과 함께 소개하는 당근마켓의 UX에 대한 찬양(?) 정도가 될 것 같다.


사실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던 APP이었다. 이사 한 달 전부터 폭발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정말 하루에 한 번꼴로 사용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나를 리텐션의 길로 이끈 요소는 무엇이었을까?


중고거래의 생명은 스피드

좋은 매물은 올라와있는 법이 없다. 그래서 앞으로 올라오는 글에서 찾아야 하는데, 당근마켓은 알림 등록과정이 너무나 직관적이고 쉽다. 중고거래를 하기로 결심한 유저로써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을 통합 검색어에 입력할 것이다. 그러면 제일 상단에 의자 알림 등록하기라는 버튼이 뜬다. 그것을 누르면 키워드 알림이 등록되는데, 그때부터 당신은 1주일간은 의자라는 키워드가 등록될 때마다 당근마켓에 들어가게 된다. 좋은 매물이 올라왔을 때에는 바로 대화를 걸어 예약을 해놓거나, 애매하면 하트를 눌러놓는다.


키워드 알림 등록을 하자마자 매물이 올라왔다.



작은 물건이라도 신뢰가 없으면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일단 당근마켓은 다들 알고 있듯이 동네 기반의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다른 중고 어플과는 분명하게 구분되는 점은 내가 설정한 동네에서 멀지 않은 거리의 매물들이 나온다는 점이다. 그리고 허위매물이 거의 없다. 허위매물이 있긴 하겠지만 거르는 방법을 금방 터득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올린 사람의 프로필을 보는 것이다. 이 사람이 올린 매물이 몇 개가 있는지, 다른 사람들이 남긴 후기들은 좋은지, 한 사람이 냉장고를 세 개 네 개씩 올려놓는다면 약간 의심을 해볼 수 도 있을 것이다. 나는 중고업자에게 사고 싶은 것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쓰다가 버릴 수 없는 물건들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통 내가 원하는 상품을 가진 사람은 비슷한 물건들을 소유하고 있다. 그것들을 묶어서 산다면 조금 에누리도 가능한 건 덤... 파는 입장에선 두 번 안 나가도 되니까!


차곡차곡 쌓인 나의 후기들



숨겨진 와우 포인트

이 기능은 이번에 열심히 사용하면서 알게 된 기능이다. 나는 중고거래를 하면서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과 조금 길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편이다. 그래서 그 사람의 캐릭터도 어느 정도 알게 되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 물건을 어떻게 사용했을지 파악하게 된다. 대화 속에서 시간이 나오거나 개인정보가 나오게 되면 당근 마켓에서 친절하게 설명 & 설정하는 기능이 있다. 그리고 내가 가입한 정보와 다른 번호를 알려준다면 혹시 모를 사기를 대비해서 상대방에게 알림을 준다. 대화를 다시 보니 나에게만 알려주었던 것 같다.

대화속에서 숨겨진 와우 포인트에 놀라는 장면들





내가 원하는 집(=물건)을 찾아서 오늘의 집

오늘의 집은 평소에도 자주 들여다보게 되는 앱이다. 원래 사는 공간에 관심이 많고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관심이 많은 나에게 볼거리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오늘의 집에서 최근에 이사를 하면서 여러 구매를 하게 되었는데 무엇이 나를 구매로 이끌었을까.


이 시국에도 집들이를 할 수 있다.

평소에 내가 궁금했던 사람들, 집에 가볼 수 없는 시국에도 다른 사람의 집을 들여다볼 수 있다. 집을 들여다보면서 궁금했던 가구들도 알 수 있고, 그 사람의 집에 대한 생각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요즘에 올라오는 집들이의 집들이 더 예뻐지고 멋져서 벌써 스크랩해놓은 집만 해도 100개가 넘는다.

집들이 자체를 스크랩해서 그 사람을 기억할 수도 , 그 안에 상품을 스크랩해서 다음 구매를 도울 수도, 사진 자체를 스크랩해서 집을 찍는 방법을 연구해 볼 수 도 있다. 잘 모아진 스크랩북 열 핀터레스트 부럽지 않다.

다양한 태그와 스크랩 기능으로 더욱 풍성해진 집들이


누가 이런 것을 잘 알려준 적이 있던가?

이사를 막상 하니, 자잘하게 사고 싶은 것 사야 하는 것들이 많다. 근데 막상 사려하니 모아서 설명해주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찾다 보니 수건에 대한 거의 논문 수준의 글이 있었다. 30수, 40수 몇 그람... 알아보고 싶지는 않지만 누가 알려줬으면 좋겠는 이런 정보들을 잘 모아서 설명해준다. 글을 다 읽고 나면 내가 사고 싶었던 수건은 40수에 뱀부얀소재 170g-180g의 수건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 태그와 함께 바로 그 수건을 구매를 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 이 여정이 너무 편해서라도 다른 곳 안 찾아보고 바로 구매를 하게 된다.

수건을 사게될 줄이야...


나도 나를 모른다.

오늘의 집에서 내가 느낀 포인트는 나도 내가 원하는 것을 잘 모르지만, 정보를 자세하게 제공함으로써 정확히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었는지 형태를 잡아주고 구매로 이끌어 준다는 것이다. 그 형태가 글이 되기도, 다른 사람의 집들이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 재미있는 포인트였다.



능력은 기본이고, 사람이 좋아야 해 숨고

이번 이사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 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도움이 많이 필요했다. 정말 많은 전문가들을 이번 이사하면서 만났다. 용달 기사님, 에어컨 설치기사님, 가스기사님, 세탁기 기사님, 옷장 설치기사님, 와이파이 기사님.... 엄청나다. 여러 기사님들을 만나면서 느낀 건, 전문가로서 기술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기 때문에 능력은 기본이오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를 모시려면 먼저 잘 알아야 한다.

숨고는 앱을 설치하고 들어간 게 아니라, 네이버에서 기사님을 검색하다가 웹으로 유입되었다. 기사님을 찾을 땐 명확하게 원하는 종목이 있고, 원하는 시간이 정확하게 있다. 찾았을 때 바로 앱으로 유입이 되어서 앱을 설치하고 각 분야에 대해서 미리 준비되어있는 설문지를 작성했다. 설문지는 간단하고 한 페이지에 한 질문만 쉽게 작성되어 주어졌다. 질문지가 자세해서 작성하면서 정말 이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실 수 있겠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플레이스 홀더 문구까지 맞춤형 문구


후기는 상담을 부른다.

요청을 하고 나면 그에 맞는 견적서가 날아온다. 그중 내가 할 일은 심플하다. 가격과 후기를 보고 기사님과 상담해보는 것이다. 사람들의 후기를 읽다 보면 어떤 사람일지 대략 파악이 되고 마무리가 어땠는지 깨끗하게 잘해주시는 분인지 설명을 자세하게 해 주시는 분인지 캐릭터가 파악된다. 그러면 바로 채팅을 통해서 날짜와 시간을 잡고 고수님을 만나면 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사가 드디어 마무리되어간다. 혼자 했다고 하지만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고 많은 IT의 도움을 받았다. 나 또한 IT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로써 반성도하고 인사이트도 많이 얻을 수 있었던 기회였다. 무엇이든지 헤비유저가 되어보면 얻는 게 있다는 사실 또한 깨닫게 되었다.


이사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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