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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y Jul 16. 2019

스타트업 무엇이 다를까?

역할 중심 조직문화에 대하여 느낀 2주간의 단상



3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스타트업에 들어온지도 어연 2주가 지나고 있다.


전 직장과 현 직장 모두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이고, 스타트업이라는 명을 띄고 있으며 CEO도 젊은 나이의 창업주이고 조직원들도 모두 젊다. 현 회사에 출근하기 이전에는 크게 다를 것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너무나도 다르다고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그 온도차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를 고민하던 도중 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너무나 명쾌하게 내 고민이 뭐였는지 말해주었던 영상이었다. 


영상은 Role 중심의 조직과 Rank 중심의 조직에 대한 설명이었다. 


태용 님의 실리콘밸리를 그리다 에어비앤비 유호현 편 / https://youtu.be/iaNl6 zKTBfg




지금까지 내가 회사에서 느꼈던 점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나만 일 잘하면 돼..

이전의 조직구조에서는 상사가 시키는 일을 잘 해내고, 나에게 할당된 일만 다 해내면 집에 갈 수 있는 구조였다. 나의 자발적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이 진행되고 나는 그 디자인 구성원으로서 할당된 '디자인'만 잘 해내면 되었다. 나에게 다른 기획적인 능력이나 개발 능력은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회사의 대표님의 리더십이 엄청났다. 앞으로 끌고 가는 힘이 강한 분이었기 때문에 하고자 하시는 바가 있다면 전 구성원들을 동원하여 원하는 목적지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이뤄내셨다. 난 항상 이끄는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폭발적인 리더십 덕분인지 폭발적인 속도로 조직이 커졌다. 조직의 규모가 컸기 때문인지 회사의 방향성이나, 목표를 공유받지 못하는 수가 더 많았다. 조직원으로써 대표가 원하는 방향으로 끌려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내게 주어진 '작은'일만 해내면 되었으니까. 사업에 대한 책임도 크게 없었고 책임감 또한 내가 하는 일에만 한정되어있었다. 덕분에 일에 대한 부담은 크게 없었다. 내가 한 일에 대한 결정은 상사가 내려주기 때문에 주말에 푹쉴 수 있었다.


반면 지금 조직에서는 각 구성원들이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까지 권한을 갖고 있었다. 내가 처음 들어와서 적응이 제일 안되었던 부분은,  '이렇게 큰 일을 내가 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일들을 내가 맡게 되었을 때다.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내가 혼자 맡아본 적도 이끌어 본 적도 없었는데,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누구도 내게 이걸 언제까지 해와라, 언제까지 무엇을 해라 라고 명령하지 않는다. 내가 하루의 일정을 짜고 미팅을 주도하고 알아서 질문하면 된다. 마치 일의 성패가 나에게 달려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책임이 대표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있다. 내가 이것을 잘 해내면 나의 커리어가 쌓이는 것이다. 회사는 이 분야에서 전문가로 나를 뽑은 것이고 나는 디자인 전문가로서 문제 해결을 해나 가는 것이다. 내가 내 역할만 잘 해낸다면 그 누구도 서로를 터치하지 않는다. 대표님의 결정권이 모든 분야에 있지 않다. 대표님은 끊임없이 구성원에게 회사의 상황이나 성과에 대해서 공유해준다. 그러다 보니 '내 회사'라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지금까지 회사의 경영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조직원으로써 각 Role조직과 Rank조직에 대한 나의 경험 그리고 생각들에 대해서 나열해보았다. 스타트업과 스타트업이 아닌 회사의 비교라기보다는 나의 전 회사와 현 회사의 비교라고 보면 더 쉬울 것 같다. 여러 부류의 스타트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교하자면 이전 회사는 상위자의 의견에 따라서 회사의 방향성이 달라지는 Rank중심적인 회사였고, 현 회사는 조직원들이 전문가 역할을 최대로 해내는 Role중심의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문화는 무엇이 좋고 나쁘고는 있지 않은 것 같다. 다만 나의 성향이 어느 조직에 맞는지, 끊임없이 맞춰나가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현 직장에 들어오고 '왜 이렇게 적응이 안되지?'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내게 들었던 것은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살아오면서 나는 Rank중심의 조직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태어난 가정에서부터, 유치원 초, 중, 고 교육과정 대학에서도 누군가가 시키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고 큰 일을 한꺼번에 맡아서 하거나 스스로 내 일정을 잡아서 하게 되는 경험에 많이 노출되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속하게 된 새로운 Role조직문화에서 적응하는 나의 모습도 기대가 되고, 그 안에서 어떤 잠재적인 abilty를 극대화할지도 기대가 된다. 앞으로도 스타트업에서 Role조직문화를 더 겪어보며 그 안에서의 나의 고군분투와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더 지속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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