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ly Aug 11. 2019

스타트업도 규모가 커지면 위계 조직이 돼야 할까?

책 '실리콘밸리를 그리다'를 읽고


'역할 조직'은 스타트업만이 유지 가능한

조직 구조일까?

현재 속해있는 회사는 '역할 조직'의 스타트업으로, 개인의 구성원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각각의 의사결정을 내린다. 소수의 의사 결정권자의 능력에 따라 조직의 퍼포먼스가 좌우되는 '위계 조직'과는 일하는 방법이 달라서 처음에 이 회사에 왔을 때 굉장히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나의 당황에 대한 글은 https://brunch.co.kr/@kimallyheesu/6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의 회사를 다니면서 역할 조직에서는 어떻게 일해야 할지 조금씩 배워가며, 역할 조직에서의 디자이너로써 익숙해져 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현 조직의 장점과 단점이 확연하게 느껴졌었는데, 개인적으로 장점이 더 크다고 생각하여 만족하고 있다. 와중에 머릿속에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현 회사가 4-50명 되는 소규모의 조직이기 때문에 '역할 조직'이 가능한 것일까?
 규모가 커지게 된다면 '역할 조직'처럼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그 가운데서 일하는 문화는 자연스럽게 더 효율적인 '위계 조직'으로 변해야 하는 걸까? 


이에 대한 답을 책 '실리콘밸리를 그리다'를 통해서 찾을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한국인들이 한 주제에 대해서 짧게 설명해 놓은 글인데, 한국인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실리콘밸리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평소에도 IT분야에 관해 너무나 관심 있고 언젠가는 일하고 싶은 실리콘 벨리이기에 하루 만에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대기업 애런과 실리콘밸리의 브라이언


성실하고 눈치 빠른 인재 애런이 '위계 조직'인 대기업에서 5주 만에 야근도 불사하며 기획서에 적힌 그대로를 구현해 낸다. 그리고 팀장은 이 친구를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창의적이고 소통하는 인재 브라이언은 '역할 조직' 에어비엔비팀에 입사하여 관심이 평소에 있었던 AI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프러덕트 매니저의 의견과 디자이너의 의견을 반영하고 중간중간에 회의들을 통해서 분석 방식을 정한다. 2개월 정도 되었을 때 프로젝트 론칭을 성공적으로 해낸다. 


각 위계 조직과 역할 조직에서 활약하는 인물들을 보여주고, 그 인물들이 서로의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된다. 


에어비엔비에 온 애런

 애런이 보기에 이 회사는 진짜 여유로워 보이는 것 같다. 일을 주지도 않고 출퇴근 시간도 제한이 없다. 며칠을 지나도 일을 주지 않는다. 애써 미팅을 잡아도 정확한 기획서도 나오지 않은 아이디어들을 던지고 같이 만들어 보자고 한다. 일을 시작할 수는 있지만 기획서도 제대로 쓰지 않는 이 회사는 정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모든 것을 토의로 결정하고 느리게 일하면 미래가 없을 것 같다고 느껴진다. 

대기업에 온 브라이언

 입사한 지 며칠 뒤 200장짜리 기획서가 나온다. 이미 지나간 기술을 써야 하고 설계도 브라이언 마음에 들지 않는다. 팀장에게 기획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이야기한다. 팀장은 이미 유관 부서와 사장에게 보고가 들어가 결재가 난 기획서이기에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브라이언은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읽으며 맞장구를 치면서 읽었던 부분이다. 첫 주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위계 조직과 역할 조직을 보여주는 방법이 너무 탁월해서 재미있기도 했다. 읽으며 나는 어떤 조직형 인재인지 생각해 보게 되기도 했다. 지금 조직과 너무 안 맞다고 느낀다면 나의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구조의 차이 일지도 모른다. 조직구조는 일하는 방법과 너무나도 연관이 있기에 대기업에서 일하던 애런이 에어비엔비에서 온 브라이언이 각 회사를 생각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이 그를 생각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잘 이해가 되었다. 



미팅은 높은 비용이 들지만 꼭 필요한 시간이다. 


'역할 조직'에서 일하다 보니 미팅이 너무 많아서 내 일을 못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과연 실리콘밸리의 '역할 조직'의 기업에서는 어떻게 그 시간들을 관리하는 것일까?


책에서는 혼자 일을 하는 시간이 프로젝트의 진전을 위한 시간이라면 소통하는 시간은 제품의 품질과 옳은 의사 결정을 위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책에 소개된 미팅들 중 현 회사에서 진행하는 소통 방법은 비대면 소통으로 위키, 이메일, 메신저 대면 소통으로 스크럼, 일대일 미팅, 스프린트 계획/리뷰, 팀 미팅이 있다. 미팅이 계속 늘어나 일할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면 간단한 질문을 통해 미팅이 왜 필요한지, 다양한 방식의 팀 미팅을 바탕으로 더 효율적인 형식의 소통은 없는지 매번 체크하며 진행해야 한다. 





모두가 실리콘밸리처럼 일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내가 알 수 있었던 것은 조직의 규모는 크게 상관없다는 것이다. 단지 혁신이 중요한 기업인지, 효율이 중요한 기업인지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지 규모가 크거나 작은 것은 조직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은 어느 조직구조가 더 좋은 것이다!라고 말하지 않고, 최대한 중립적으로 두 조직에 대해서 설명한다. 한국에도 다양한 조직 구조가 생겨나고 있는데, 좋은 방법들을 잘 받아들여 겉 표면만 따라 하다가 오히려 역 기능을 하지 않도록 받아들이는 목적과 이유에 대해서 더 잘 고민을 해야 하는 것 같다. 


실리콘밸리를 그리다를 읽으며 나는 어떤 사람처럼 일하고 싶은지, 어떤 미션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현 조직에서 일하는 나의 태도가 알맞은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역할 조직'에서 일하더라도 '위계 조직'처럼 일하는 사람일 수도, '위계 조직' 속에서 일하더라도 '역할 조직'의 일원인 것처럼 일을 할 수도 있구나라는 무서운 생각도 하게 되었다. 조직이 잘 구성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 구성원이 그 조직의 이유, 하는 회의들의 이유에 대해서 완벽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였을 때 더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고맙게도 지금의 조직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