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마치고 집에 물건들이 다 정리되어 간다. 어제 전세 계약서와 잔금도 모두 처리가 되어서, 와이프와의 돈 정리를 하려고 통장을 봤다. 어라? 또 마이너스네. 11월에 1차로 전세 자금 정리를 하면서 들어왔던 돈으로 0을 만들어 두었고, 12월에는 휴가 적치 보상금까지 두둑히 들어왔는데, 마이너스라니, 그것도 꽤 큰 규모로! 결국 오랫만에 통장 정리를 했다. 생각해 보니 지난 일년동안 통장은 돈을 내어주는 역할만 해왔지, 그 속을 들여다 본 적이 없었다. (이게 다 마통때문이야)
6개월치 거래 내역을 쭈욱 트래킹하면서 계속 필터링 되는 항목이 있다. 카라반..
작년 말에 사건사고가 많아서 돈이 많이 나간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큰 돈이 나간줄은 몰랐다.
심상치 않아서 은행 내역과 카드 내역을 모두 뒤져 카라반 관련 지출 내역을 확인했다.
1300만원..
뜨악했다. 카라반 대출 비용 250만원, 수리비 250만원, 견인차 인수비용 200만원, 캠핑장 사용료 100만원, 레트로스과 부대 시설 구매 비용 300만원, 그 외에 먹고 즐긴 비용 200만원
찾아낸 것만 이정도인데, 사실 와이프 카드로 나간 부분도 있는지라, 더 찾으면 더 찾아낼 것 같았다. 대출 비용이야 나중에 중고로 팔거니 감가 상각 빼고는 돌아올 것이고, 견인차 인수 비용도 올해 팔면 돌려 받을 돈이니, 뺀다 쳐도, 순수 캠핑으로 나간 돈이 600만원이었다. 많다면 많은 돈이고, 적다면 적은 돈이다. 코로나로 못나간 해외 여행 한번 갈 돈으로 캠핑 9번 갔다는 논리를 세울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인식과 관리 여부이다. 언제 부터 이렇게 돈 관리를 놓고 살았지. 1300이나 되는 돈이 술술술 나가고 있는데 모르고 살 정도로 내가 삶에 방만해져 있는 건가. 그러면서 당근으로 1만원, 5만원 중고 거래 하며 돈을 아꼈다고 한 것이 참 우수운 꼴이었다.
21년도에 몇번의 주식 투자 실패 후 금전 관리에는 도통 관심이 멀어졌다. 회사에서 후배들은 온통 코인과 주식 이야기 뿐인데, '이게 다 한 때이다.." 라는 생각만 들 뿐,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급여도 마찬가지다. 21년도에 회사 실적이 좋아서, 2월에 나오는 인센티브 규모가 얼마임이 적당하다가 블라인드에서는 가장 핫한 토픽인데, 나는 그렇게 와닿지가 않는다. "그래봐야 1년치 전세금 등락의 1/3도 못미치잖니..." 라는 생각으로. 이런 생각의 변명을 "이게 다 부동산 때문에 신성한 노동의 가치가 희석되었기 때문이야!"라고 주장해 왔는데, 그건 그렇다 치고 내 지갑에 구멍난 것도 모르고 사는건 좀 아니지 않나!
뒤늦게 알게된 나의 구멍난 지갑과, 나의 구멍난 정신 상태에 공황이 와서, 이번 주 들어 어떤 것도 사지 못했다! 극단적인 선택이 항상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라, 오늘은 도저히 긍정문으로 일기를 마무리 하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