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지 못할 일은 없다

10년 만에 일본에서 학교를 다니며 느낀 것

by 켈리 KELLY

서른


10년 만에 다시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것도 언어도, 문화도 다른 일본에서.


제과제빵을 배우는 전문학교(직업학교)라

대학교라기보다는 고등학교에 다시 들어간 기분이었다.


아침엔 조례를 하고, 출석을 부르고, 종례를 하고.

정해진 스케줄에 맞춰 모두가 함께 움직이는.


제과제빵을 배우는 학교이다 보니

일주일에 세 번은 네 명이 한 조가 되어 실습을 해야 했는데,

이게 처음엔 정말 쉽지 않았다.


체력적으로도 버거웠고,

한국어로도 익숙하지 않은 전문용어들을 일본어로 배우다 보니 수업을 따라가는 것조차 벅찼다.


하지만 그보다 더 힘들었던 건

나보다 열 살 어린 친구들과 하루 종일 함께 실습을 하는 일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열 살 어린 친구들과 생활하는 게 쉽진 않을 텐데,

문화까지 다르다 보니 처음엔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저건 왜 저렇게 하지?’

‘왜 저러는 거야?’


심지어 ‘내가 조 운이 없구나…’ 싶기도 했다.


- 그런데 신기하게도,

2년간 8번의 조 편성을 거치며 만난 친구들 중

졸업 후에도 계속 모임을 이어가는 건 바로 그때의 조 친구들 뿐이다.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학교생활에 적응이 될 무렵, 마음을 새로 고쳐먹었다.


“그럴 수도 있지. 아직 어린데. 내가 스무 살 때는 더했을걸?”


이렇게 생각을 바꾸니 전에는 스트레스로 느껴지던 일들이 조금씩 받아들여졌다.


스무 살. 이제 막 성인이 된 아이들이 뭘 알겠나.

나도 지금에서야 진짜 성장을 시작하는데.


그렇게 생각을 바꾸고 서로 맞춰가다 보니

나도 성장했고, 이해의 폭도 넓어졌다.


‘저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그래서 저렇게 행동했구나.’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느껴졌던 아이들의 행동이

악의가 아니라 정말 몰라서 하는 행동들이란 걸 알게 되었고

내가 느낀 걸 조심스럽게 전해주니 스스로 생각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학기가 지날수록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 보이는게 참 뿌듯하더라.



10년 만에 다시 학교를 다니며 이전보다 세상을 더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이젠 웬만한 일엔 이렇게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럴 수 있겠구나.’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범위 안이라면, 대부분의 일은 이해가 되더라.


한 발 물러서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하지 못할 일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서로의 생각과 입장이 달랐을 뿐.


그렇게 상대방을 이해하고 넘기다 보니

오히려 내 마음이 먼저 편해졌다.


결국, 내 마음의 평화는 타인을 이해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이렇게 또 배우며, 성장하는 나의 서른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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