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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말하우트 May 08. 2024

2024년 5월의 천문현상

매달 천문력을 읽어드립니다.

어느덧 한 해의 1/4이 지나고 5월이 왔습니다. 5월도 이미 며칠 지나가 버린 상황이지만 개인 사정으로 인해 이번 5월의 천문현상 소개가 늦었습니다. 날씨가 풀려가면서 꽃가루 등 각종 미세 먼지들이 많은 시기인 요즘 밤하늘을 보는 게 그리 쉽지 않은 요즘이지만 그래도 5월의 밤하늘엔 어떤 대상들이 있는지 알아봐야겠죠? 바로 시작합니다.


5/6 물병자리 에타 유성우 극대기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제인 5월 6일은 물병자리 에타 유성우의 극대 기였습니다. 극대 기는 한국시간으로 새벽 6시, 이상적인 조건에서 볼 수 있는 유성의 수를 나타내는 지표인 ZHR은 50입니다. 물병자리 에타는 물병자리에 위치한 별의 이름으로, 밝기 순으로 알파, 베타 등의 이름이 붙는 바이어 명명법에 의해 지어진 이름입니다. 이 별은 맨눈으로도 보이는 4등급 정도의 밝기를 지녔는데, 특이하게도 이 별 주변이 해당 유성우의 복사점이라 별의 이름을 붙여 물병자리 에타 유성우라 불립니다.


물병자리 에타 유성우는 바로 유명한 핼리 혜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에드먼드 핼리가 발견한 이 혜성은 약 76년을 주기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데, 지나가면서 태양풍에 의해 잔해들을 궤도에 흩뿌리고 지나갑니다. 혜성의 궤도는 지구의 궤도와는 타원형과 원형으로 서로 다른 모습인데요, 그 차이의 정도를 '궤도 이심률'로 나타냅니다.

이심률 (출처: 위키피디아)

궤도 이심률은 궤도가 원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를 수치로 보여주는 것으로, 0에 가까울수록 원에 가깝고 1에 가까울수록 타원에 가까워집니다. 핼리 혜성의 궤도 이심률은 0.967로 매우 큰 반면, 지구의 궤도 이심률은 0.0167로 거의 원형에 가깝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태양계를 공전하는 천체들은 모두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타원에 가까운 운동을 하는 혜성도 혜성이 태양 근처로 올 때면 지구 근처를 지나가게 되곤 합니다. 하지만 천체들은 3차원 공간상에 존재하기에 궤도가 항상 정확히 한 점에서 교차하진 않습니다. 정확하게 궤도가 만나지는 않더라도 지구는 혜성의 공전궤도의 근처를 가깝게 지나가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그때 지구가 혜성이 남긴 잔해 사이를 통과하게 되고, 이때 유성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유성은 혜성이나 소행성 등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입자들이 지구 대기와 마찰하면서 빛과 열을 내는 현상을 말합니다. 대기 중 공기 분자와 부딪히며 급격히 가열되고, 이온화되면서 빛을 발하는 것이죠. 특정 혜성의 궤도를 따라 발생하는 유성우는 지구에서 볼 때 매년 같은 시기, 같은 방향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 마치 특정 별자리에서 유성이 쏟아지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에 유성우 이름에 해당 별자리의 이름을 붙이게 된 것입니다.


한편 핼리 혜성의 궤도와 지구의 궤도가 만나는 또 다른 지점이 있는데요, 이 지점에서는 10월 말경 오리온자리 부근에서 유성우가 펼쳐집니다. 오리온자리 유성우라 불리는 이 유성우는 10월 21일 경이 극대 기이며, ZHR은 20 정도로 물병자리 유성우에 비해서는 다소 약한 편입니다. 하지만 오리온자리라는 유명한 별자리 근처에서 밤하늘을 수놓는 아름다운 유성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5월의 밤하늘

출처 : 스텔라리움 캡처

천문력만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니 특별한 현상이 없을 때는 크게 소개할만한 내용이 없어서 5월 글부터는 15일 오후 9시경의 밤하늘도 함께 소개해 보겠습니다. 


5월 15일의 달은 점점 차오르는 상현입니다. 9시경엔 다소 밝지만 달이 서쪽을 향해 저물고 있고 새벽 1시경이 되면 완전히 지게 됩니다. 북쪽을 향해 서서 머리 위를 바라보면 북두칠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유의 국자 모양을 그리며 손잡이 부분 두 별을 선을 따라 곡선을 그리며 이어나가다 보면 보이는 첫 번째 밝은 별이 목동자리의 아크투루스(Arcturus)입니다. 그 선을 더 연장하면 또 밝은 별 하나가 보이는데 이 별이 처녀자리의 스피카(Spica)입니다. 이렇게 봄철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선을 '봄철의 대곡선'이라고 부릅니다.


과거 사람들은 봄이 되면 북두칠성에 담긴 물이 국자가 기울어지며 손잡이를 따라 대지로 흘러내려 비가 된다고 상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북두칠성 다음으로 나오는 별자리가 '큰 곰의 감시자'라는 뜻의 목동자리입니다. 대지가 젖고 풀이 자라면 목동이 기뻐할 것이라는 상상을 했던 거 같습니다. 그 뒤를 따라 처녀가 보리이삭을 들고 밤하늘로 올라오면 옛사람들은 비로소 완연한 봄이 왔다고 여겼다고 합니다.


달 근처를 보면 사자자리(Leo)가 보입니다. 사자자리 끝에는 사자자리의 베타별인 데네볼라가 있는데요, 이 데네볼라와 스피카, 아크투루스를 잇는 삼각형이 봄철 대삼각형입니다.


북쪽왕관자리

출처 : 스텔라리움 캡쳐

목동자리 옆을 보면 반원 모양의 북쪽왕관자리가 보입니다. 이 별자리가 최근 천문 뉴스에서 자주 언급되는데, 그 이유는 이 별자리에 위치한 북쪽왕관자리 T(T CrB)라는 별이 9월쯤 전까지 신성 폭발을 일으킬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별이 갑자기 밝아져서 마치 새로운 별이 생긴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신성(新星, Nova)'이라고 합니다. 이보다 더 큰 폭발을 '초신성(超新星, Supernova)'이라고 하는데요, 이 둘은 규모의 차이뿐만 아니라 발생 원인과 결과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신성은 쌍성계에 있는 백색왜성(수명이 다한 작은 별)이 동반성에서 물질을 빨아들이다가, 표면에 쌓인 물질이 임계점에 도달하면 핵융합 반응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며 발생합니다. 폭발 후에도 백색왜성은 그대로 남아 물질이 또 쌓이면 폭발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


반면 초신성은 쌍성계의 백색왜성이 충분한 물질을 빨아들여 질량이 특정한 한계(챤드라세카르 한계)를 넘어서면서 붕괴할 때 폭발하는 '제1형 초신성'과 거대한 별이 수소, 헬륨 등 핵융합 연료를 다 태우고 철 원소까지 만들어낸 후 더는 에너지를 낼 수 없게 되어 중력에 의해 붕괴하며 폭발하는 '제2형 초신성'으로 나뉩니다.


이 중 제1형 초신성은 백색왜성 자체가 완전히 분해되어 사라지고, 제2형 초신성은 별의 중심부가 초고밀도 천체인 중성자별이나 블랙홀로 변하게 됩니다.


주기적으로 폭발을 반복하는 신성을 '반복신성'이라고 하는데, 대부분 수 천년에서 수만 년 주기로 폭발합니다. 반면 북쪽왕관자리 T의 주기는 약 80년으로 매우 짧은 편입니다. 덕분에 천체 관측 역사상 여러 번 관측된 신성이고, 이를 근거로 이번에도 폭발 시기를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북쪽왕관자리 T는 9월이 지나기 전 약 1주일 정도 밝게 빛날 것으로 보입니다.


북쪽왕관자리 T는 평소 10등급으로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운 별이지만, 폭발하면 2등급까지 밝아진다고 합니다. 2등급은 북극성 정도의 밝기로, 다소 노력을 기울이면 맨눈으로도 충분히 관측 가능한 밝기입니다.


다만 봄철 별자리인 목동자리 옆에 있는 북쪽왕관자리는 9월경에는 해가 진 직후 서쪽 하늘에서 잠깐 동안만 볼 수 있습니다. 폭발 시기가 최근이라면 관측에 큰 무리는 없겠지만 한여름이거나 그 이후라면 서쪽으로 지는 북쪽왕관자리를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2 등성으로 밝아질 거라 맨 눈으로도 충분하지만 작은 쌍안경이 있다면 찾아보는데 보다 더 도움이 될 것 같긴 합니다. 


무엇보다 신성을 직접 확인한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5월의 관측 적기는 첫째 주인 1일부터 12일 사이입니다. 합삭일이 8일로 8일 이후에는 초저녁엔 달이 뜨지만 12일까지는 그래도 그럭저럭 관측할만한 날이 될 거 같긴 하네요. 하지만 지금 글을 쓰는 시점에서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서 맑은 날이 그리 많을까가 의문이긴 합니다 ^^; 간혹 개어서 별이 보이는 밤이라면 한번 정도는 나가서 북쪽왕관자리도 한번 찾아보는 재미를 느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실제 보이진 않지만 북쪽왕관자리 T의 위치도 대략 가늠해 보면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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