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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빛 Mar 05. 2022

큰애가 코로나에 걸렸다

나는 음성이 나왔다

오랜만에 안방 귀퉁이 서재에 앉았다. 지난여름을 보냈던 곳이다. 서향이라 해가 잘 들지 않는데도 오후 세 시께에는 옆 아파트를 지나 한 두어 시간 볕이 잘 든다. 삼월초에 창문을 열어놓고 바깥공기를 맡으며 정원에 고양이를 구경하는 호사를 누린다.

코로나 걸린 따님 덕분에 방에 처박혔다는 원망을 할까? 아니면 며칠이라도 이 공간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해 주어 고맙다고 해야 할까.

사실 여기에 들어오려면 언제든지 올 수 있었는데, 이제야 무료함을 벗어던지기 위해 찾은 나를 탓해야겠지.

이 자리에만 오면 뭔가를 적고 싶어진다.

일상이 바쁘다며 티브이나보고, 침대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기만 하던 것도 사치스러운 감정일만큼, 이 삼일 집에만 박혀 있으니 지겹다.

여름과 달리 방충망까지 열어젖히니, 미세먼지 걱정은 치워버리고 상쾌하다. 겨우내 잎 하나 없이 버티던 나무들에 새순이 보인다.

서울에 다녀오고서 만났던 친구 할머니가 양성이라는 소식을 듣고서는 자신만의 격리를 하고 있던 아이 덕분인지 다른 가족들은 전부 음성이 나왔다.

신속항원검사를 못 미더워했었는데, 큰애는 삼일째에 양성이 나왔다. 그 길로 작은 아이들은 학교에서, 집사람과 나는 직장에서 나와 신속항원검사를 했다. 모두 음성이었다.

큰애는 PCR 검사를 바로 했는데, 다음날이 되어야 결과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모두 숨죽이고 기다렸다. 다음날 10시가 되어 확진 문자가 왔다. 문자를 받자마자 아이들 데리고 보건소에 PCR 검사받으러 다녀왔다.

아내는 양성 나오면 어떡하냐고 직장에 민폐를 끼칠까 걱정이 많다. 전날과 다르게 10시가 지나도 문자가 오지 않는다. 왜 오지 않는지 이 걱정 저 걱정이다. 정오가 다되어서야 가족들은 모두 음성으로 연락이 왔다. 학원 가려고 기다리던 셋째는 외출 준비를 하고 마스크를 단단히 챙기고는 나갔다.

둘째는 대학교 앞에 원룸에서 친구와 둘이 기거하는데, 친구가 확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내려왔다.  친구는 원룸에 격리 으로 구호물품이 왔는데, 큰애는 구호물품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가족들이 챙겨줄  있으니 다르겠지 하고 말해준다. 가족이 함께 있어 마음이 편하다. 아파도 대처해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제  월이면  지긋지긋한 시절도 지나가겠지.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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