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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빛 Sep 13. 2022

서울역에서 반가운 이를 만나다

타지에서 만나는 인연(7월 한더위 자락에)

어제오늘 여러 번 기차를 타게 되었다. 서울 출장 다녀오며 서울역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바로 박화백이다.

작년 오월 울산 들꽃학습원에서 만화 페스티벌이 열렸다. 그곳은 학교부지를 활용하고 있다. 그는 그 학교를 졸업한 원로 만화가다. 학교는 폐교를 했지만 기억 속의 공간을 잊지 않고 이처럼 지역에서 요청이 있으면 방문하여 캐리커쳐도 그려주고 방문자들과 이야기도 했다.

싫다는 아들을 억지로 행사에 참여시켰다. 부대행사로  화백의 시간이 주어졌다.  줄이 늘어섰다. 그의 그림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우리 부자도  대열에 합류했다. 대충대충 그리듯이 선을 그으면 대상의 특징이  드러났다. 그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그를 오늘 아침에 만났다. 나는 오송으로 가는 길이었다. 짧은 기차 두대가 하나로 엮여 있다. 그는 앞차를 타야 하는데 내가 탄 차를 탔다. 기타를 둘러메고 가방을 들고서 땀을 한가득 흘리며 내 앞에 나타났다. “선생님” 하며 아는 체를 했더니 알아본다. 일 년이 지났어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모습이 정정해 보인다.

출발지라 자리가 넉넉해 통로를 사이에 두고 내 옆에 앉았다. 울산 친구들과 모임이 있다고 한다. 친구들끼리 돌아가며 강의를 하는 자리인데, 오늘은 그의 차례다. 반야심경을 강의하고 사이사이에 기타로 노래도 한다.

대화의 묘미를 아는 이와 상대하는 것은 흥겹다. 들꽃학습원이 있던 마을이며 경주의 관문이었던 관문성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다. 다음 역에서 사람들이 가득 차 이야기는 이어지지 못했다. 내가 내리는 역에서 함께 내려 앞 열차로 이동하는 것을 도왔다. 바쁜 와중에도 이런 인연이 닿은 것에 감사하고,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연락하자며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랬다.

나이가 들고 나서는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좋은 만남이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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