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로츠뎀 May 10. 2024

갑자기 '신의 직장'에 다니게 됐다!

갑자기 '신의 직장'에 다니게 됐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다니는 직장이 갑자기 언론과 감사원 감사에 의해 '신의 직장'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신의 직장'이라 함은 "근무 환경이나 대우 등이 매우 좋은 직장"을 말하지 않나?  쉽게 말해서, "신도 모르는 직장, 신도 못 들어가는 직장"으로 칭할 정도로 임금도 통상 다른 회사보다 높고, 업무 강도는 매우 낮은  직장 말이다. 



지난 10여년 간  선관위 고위 간부들이 자신들의 자제들을 불법 채용하고 각종 인사상의 혜택을 몰아줬다며 선관위는 '신의 직장'이었다는 것이다. 그 고위간부들의 자제들을 직원들은 '세자'라 불렀다고. 당연히 이런 잘못된 관행과 부조리는 척결되어야 하고 반성해야 할 사안이다. 다행히 감사원이 늦게라도 이런 조직의 비리를 파헤쳐서 공론화시킨 점은 다행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선관위 일반 직원들은 이런 보도를 보면서 허탈하고 자괴감을 느낀다. 



"나는 '세자'가 아니어서 어렵게 시험 보고 들어와서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데..'신의 직장'이라니!"

"나는 그동안 '세자'가 아니어서 승진이 안된 거구나"

"나는 고위 간부를 아빠, 엄마로 두지 못해 최저임금 수준의 돈을  받으며 다니고 있는 건가?"

"온갖 비리와 잘못은 고위 간부들이 저질러 놓고 왜 그 책임과 비난은 하위 직원들이 감내해야 하는가?"

"그동안 우리 직원들이 고위 간부들의 잘못된 관행과 비리를 지적하고 문제제기했을 때 

우리 조직의 감사기구는 왜 가만히 있었는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고위 간부들의 잘못을 전부 파헤쳐 달라." 

"경력직 채용비리 말고도, 인사 비리, 특별채용 비리 등 고위 간부들이 그간 저지를 부조리를 더 공정하게 밝혀달라." 

"그동안 고위 간부들의 비리를 눈감아준 감사과, 인사과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거 아닌가?"

"선거 때마다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밤늦게까지 힘들게 야근하며 버틴  

대다수의 일선 직원들이 무슨 죄인가? 

왜 이들이 마치 범죄조직의 구성원인 것처럼 도매급으로 매도당해야 하는가?"






그동안 우리 조직의 고위 간부들은 외부의 감시를 받지 않는 사각 지대에서 자신들의 자제들을 특혜 채용하고, 자신들의 지인들과 친인척을 특혜 채용하고, 부당한 권력을 남용해 왔다. 그리고 이런 고위 간부들의 비리를 알고 있었을 우리 조직의 감사기구, 인사기구는 이에 동조하거나 이를 묵인했다. 그 대가로 그들은 고위 간부들의 비호와 인사상 특혜를 누렸을 것이다. 고위 간부들의 자제들과 그들의 비리를 묵인해 주는 대가로 이익을 얻은 자들에게는 선관위는 '신의 직장'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6급 이하 일반 직원들에게 선관위는 몇 년간 어렵게 시험공부해서 들어온 평범한 일터에 지나지 않았다. 일반 공무원들이 대개 그렇듯 집요한 악성민원에 자주 시달리고, 특히 선거시기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야근과 과로를 감내해야 했다. 그리고 입사한 지 10년 차가 넘어도 초과근무를 풀로 채우지 않으면 최저임금 넘기기도 어려운 편의점 알바 수준의 '일터'에 불과했다.   



선관위를 '비리의 소굴'로 만든 고위 간부님들과 그 자제분들에겐 '신의 직장'이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내게는.      


 

















매거진의 이전글 조직은 어떻게 몰락하는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