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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서정 Dec 13. 2019

1. 충동하는 연습 하기

‘덴마크 자유 학교가 뭐야? 너는 왜 가는데?’ 에 대한 긴 대답

 
#1. 휴학 이후,


 앞서 말했다시피 덴마크를 가기로 결정했던 건 정말 순식간이었다.
 1년 휴학을 마음먹고 한동안은 프랑스 파리 워킹홀리데이를 꿈꾸었다.
 내가 아는 낯선 나라 중에 가장 익숙한 나라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 삼 년 내내 프랑스어를 배웠고, 고등학교 3학년 때에는 어디가 잘못되었던 건지 거의 매일 프랑스 영화를 한 편씩 봤으며, 한때 프랑스어를 전공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랑스는 누가 뭐라 해도 문화예술의 성지다. 나에게 있어서는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 안에서 이런 질문들이 생겨났다.
 

좋은 박물관과 영화관, 좋지. 멋진 예술가들, 좋지.
그런데 왜 하필 파리? 뉴욕도 베를린도 아니고 파리?


고민은 매일 나를 스쳐 지나갔다.

그쯤, 학교 도서관에서 책 한 권을 보았다.



#2. 덴마크 자유 학교와의 만남


나의 도화선이 되어준 책, <세계 예술 마을로 떠나다 (천우연, 남해의 봄날)> 사진 출처: 남해의 봄날 출판사


 문화기획자로 일하던 작가가 훌쩍 유럽의 예술 마을로 떠나는 이야기.
 예술경영을 전공하며 조금씩 기획 작업을 해오던 나에게는, 축제와 생활 예술에 관심이 많던 나에게는 정말 멋진 책이었다. 4개의 예술 마을을 1년 반 동안 돌아보며 그곳의 사람들에게 진득이 녹아들어 가는 이야기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그중에서도 나를 홀렸던 건 덴마크에 있다는 자유 학교. 무엇보다도 자유 학교의 시스템에 대해서 흥미를 느꼈다.
 


<Folkehøjskole, 자유 학교에 대해서>

덴마크 원어로는 Folkehøjskole, ’ 폴케호이스콜레’라고 발음한다.
 한국어로 직역하자면 시민 고등학교. 의역하자면 자유 학교, 시민 학교쯤이 되겠다. 북유럽의 사람들은 인생에서 갭 이어가 필요할 때 이곳에 머무른다고 한다.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시험을 치기 전의 사람들이 폴케호이스콜레에 입학해 3개월에서 길면 3년 정도의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연령 제한은 없고, 노인을 위한 학교 등도 존재한다.  
 학교는 덴마크 전역에 위치한다. 거의 지역마다 하나씩 있다. 학교마다 컨셉이 다르다. 오래된 성 안에 있는 음악 학교, 바닷가의 심신 수양 학교(요가 등을 배운다), 덴마크의 자연환경을 십분 활용한 스포츠 학교, 전 세계의 사람들과 끊임없이 토론하는 정치 사회 학교, 심지어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배우는 e-sports 학교까지... 정말 다양한 것을 배운다.

  

 그중 가장 많은 종류는 다양한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예술 학교다. 덴마크의 전인 교육을 담당하는 자유 학교 중 예술 학교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이 매우 눈에 띄었다. 그들에게 예술은 ‘모두에게 꼭 필요한 것’인 듯하다. 이것 때문에 나는 덴마크가 궁금해졌다. 이런 나라에 살고 있는 ‘예술 비전공자’ 국민들이 예술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말이다. 한국은 예술 전공자와 예술 무관심자로 나뉘는 곳이니까.


 학교의 종류를 교육 과정으로 나누면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일반 자유학교와 특수 자유학교. 두 학교 중 무엇이 더 좋고 나쁘고의 상하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교육 과정에 차이를 보이는데, 일반 자유학교는 하나의 컨셉 안에서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즉 스포츠 학교에서도 디자인을 배우고, 예술 학교에서도 명상 수업이 있다. 지금까지 알아본 바로는 전공도 크게 나뉘어 있지 않는 듯하다.(이것은 내가 좀 더 조사해 봐야 정확해질 것 같다.)
 특수 자유학교는 확실하게 하나의 장르 프로그램만을 제공하고, 그 장르에 좀 더 흥미 있는 학생들이 신청한다. 연극 학교에서는 연극만을 배우고, 영화 학교에서는 영화만을 배운다. 물론 교양 수업이 있지만, 일반 자유학교만큼 다양하지는 않고 수업 시수도 적다.
 
 모든 학교는 저마다의 프로그램이 있고, 이는 단기, 중기, 장기로 나뉜다. 자유학교에 입학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덴마크의 통합 자유학교 홈페이지로 들어가서 자신이 원하는 학교에서 원하는 시기, 원하는 기간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지를 확인하고, 학교 홈페이지로 들어가 원서를 접수하면 된다. 1차, 2차 시험 등을 보지 않는다.
 그저 ‘자유학교를 원하는 사람’만이 입학의 필요조건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 1권 중 해리가 기숙사 배정을 받는 장면이 생각났다. 기숙사 모자가 슬리데린으로 배정하려고 하자, 해리는 그리핀도르를 속삭인다. 결국 해리 포터는 그리핀도르 역사에 남는 사람이 된다.

 사실 많은 평가 요소들은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의지가 있으면, 그걸로 됐다. 운명은 바뀔 수 있다.
 


#3. 그냥, 이라는 말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나는 왜 덴마크를 가고 싶은가?
 나는 왜 자유학교에 가기를 원하는가? 휴학도 해놓고 왜 학교에 또 가려고 하나?
 
 이 질문에 뚜렷한 답을 하기는 아직은 어렵다. 자유학교에 매력적인 점이 많긴 하지만, 오로지 그것 때문에 덴마크를 가고 싶은 것은 아닌 것 같다. 덴마크에 대해서 아는 것도 많지 않다.
 하지만 내가 원하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그냥, 이라는 대답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항상 어떤 것을 할 때 이유를 찾고 구실을 만들었다. 빵 한 조각을 고를 때에도 이 빵이 나에게 왜 필요하고 어떤 장점이 있는지, 이유를 만들었다.

 단단한 뿌리를 내리는 건 바람에 흔들리지 않게 도와주지만, 다른 곳에 가지 못하게 막기도 한다.

 나는 나를 풀어주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나를 안전하게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속박과 행복하게 만들 정도의 자유가 필요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이유는 만들지 않으려 한다. ‘나는 자유학교를 가고 싶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요즘 나는 차근차근 자유를 위한 준비들을 해나가고 있다.

 여행이  것이다.





plus. 나와 같은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에게

덴마크 자유학교 온라인 사이트: https://www.danishfolkhighschoo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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