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아니 그 이전부터
얼마 전,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과 우연히 단 둘의 저녁 시간을 갖게 되었다. 서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모임을 갖기로 했었는데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고, 시간이 안 맞기도 하고 애초에도 소수였던 인원이 빠지고 빠져, 둘이 만나게 된 것이다.
만나지 말까요?
- 전 어차피 일이 있으니, 괜찮으면 저녁이라도 하죠.
라는 말과 함께 우리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서로 모임에서 알게 된 사이였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화는 즐거웠다. 관심사가 같으니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헤어지는 그 순간이 아쉬워 우리는 산책을 핑계로 다음 역까지 걸었다.
음악과 서로의 일상을 이야기하다가 집에 도착한 뒤, 짧은 전화까지로 이어졌다. 그렇게 다음날도 그의 메시지로 하루 종일 연락이 오고 갔다. 그리고 며칠 뒤 연락이 끊겼다. 일단 연락이 시작되면, 그 연락을 기다리며 나는 하루 종일 핸드폰에 ON 되어 있었다. 그의 연락 하나에 웃고, 시무룩 해졌다가 다시 회의감까지. 감정의 파도에서 며칠 동안이나 벗어나질 못 했다.
코로나 19로 집 안에만 있어야 하는 지금 연락만이 유일한 소통인 지금 더 그랬다. SNS에 그가 ON 되어 있는지 내 메시지를 읽었는지는 초유의 관심사가 되어버린다. 이 간질간질한 대화가, 도대체 연애를 시작하자는 건지 아니면 그냥 간을 보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어도. 쉽사리 만나자는 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인 지금.
나의 썸(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연락)은 끝날 것 같다. 온라인이어서도 아니고, 그가 싫어서도 아니고.
핸드폰만 들고 하루 종일 그곳에 ON 되어 있는 내가 싫어서다.
어쩌면 이건 다 핑계일지도 모른다. 코로나 19, 온라인, 언택트 때문에 내가 연애를 시작할 용기가 없다고 에둘러 말하고 있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