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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라이크 Jan 12. 2021

끝나지도 않은 하루를 붙잡고

행복한 삶이란 

얼마 전, 우연히 좋은 강의를 듣게 되었다. 강사는 불평과 불만이 많은 사람은 현재, 미래가 아닌 과거의 기억을 잡고 사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타인을 볼 때, "예전에 이랬어." "그랬는데 말이야." 이런 말을 많이 하는 부정적인 사람을 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어느 집단이나 부정적인 생각은 긍정적인 생각보다 빨리 퍼지기 마련이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비난하는 일은 매우 쉬우니까.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타인을 탓하는 것 같았는데, 결국에 나는 나를 탓하고 있었다. 


코로나 19로 때문이 아니라, 작업실과 집을 합친 이후로 나는 좀처럼 보람 있는 하루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그날의 일보다 더 많은 분량을 해내도 프리랜서로 활동한 이후로는 머릿속에서 일들이 떠나지를 않으니 나는 언제나 해야 할 to do가 넘치는 사람 모든 일이 끝나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오후 3시쯤이 되면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끝나지도 않은 하루를 붙잡고 오늘은 얼마나 시간을 낭비했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집안일(빨래, 설거지, 청소 등)을 하고 내가 할 일을 다 끝내면 분명 기분이 좋고, 성취감이 들어야 하는데 작년부터 제대로 된 출퇴근이 없는 일상에 번아웃이 와버렸다.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성취감이 느껴지지 않는 감정, 아마도 제대로 감정 자극이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냥 책을 읽고, 영화 한 편 보는 날도 있을 수 있는데. 나는 그렇게 제대로 온전히 쉬는 법을 까먹고 있다. 쉬는 순간 미래를 책임질 수 없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멍하니 미래를 그려보는데, 막연한 불안감이니 당연히 미래가 보일 리도 없다. 


지난주, 갑자기 퇴사를 결심한 친구가 4일 정도 우리 집에서 휴식(거의 요양)을 취하고 떠났다. 그녀는 정말 일어나서 멍하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창밖을 바라보기도 하고, 그러다 노래를 듣고. 조금 글을 끄적이다 죄책감 없는 하루들을 가득 보냈다. 나는 왜 그렇게 쉬지 못할까. 일이 없으면 정말 하루 종일 가득 쉬어도 되는데. 

그녀가 오고 나서 갑자기 들어온 일들을 해치우는 나를 보면서 그녀는 내가 정말 부지런하다고 했지만. 사실은 나는 부지런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혹시, 이렇게 노력까지 하지 않으면 정말 운이라는 것이 모두 사라질까 봐.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까 봐. 


사실 2020년 코로나 19로 많은 업무들을 처음 온라인으로 시도해보며, 피곤이 극에 도달했다. 12월에 분명 1월 생활비까지 벌었으니 잠시 쉬자고 생각했는데, 안식 달을 갖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돈이 꾸준히 들어와야 할 텐데."라고 전화로 말하는 엄마의 말에 머리가 다시 멍해지면서, 일들을 찾아다녔다. 


오늘도 오후 6시 몸이 피곤해 1시간 정도 새우잠을 잔 뒤,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다시 책상에 앉아 여러 가지 업무를 시작했다. 밤 12시, 일찍 잠들지 못하는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노력하고 있다. 삶이 이렇게 가득 노력인데, 언제쯤 진짜 노력으로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는 아직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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