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푼 프리랜서의 우당탕탕 결혼일기
"결혼할래 나랑?"
결혼의 ㄱ자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내가 먼저 꺼낸 말이었다.
그날은 나의 자취방에 매일 놀러 오던 남자친구가 3일 만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 날이었고,
별 다른 일은 없었다.
그냥, 혼자서 방정리를 하다 우연히 신혼부부주택 공고를 본 게 계기였다.
알고 지낸 지는 7개월 차였지만,
사귄 건 4월 그러니까 나는 이 사람과 사귄 지 3개월 만에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진짜로 신혼부부주택을 보고 결혼을 결심했나? 그건 아니다.
이미 나는 결혼을 한다면 이 사람과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그 공고를 보고 과감 없이 전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아, 이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을 나도 받았다.
전 연애에서 흠뻑 두들겨 맞은 나는 '진지한 사랑'보다 '다양한 사랑'을 해봐야겠다고 결심했었다.
그리고 이번 남자친구도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 중 한 명이 될 거라고,
알아가는 단계에서 생각했었다. 그래서 조금 더 나를 놓고, 나 그대로를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사람은 좀 달랐다. 나를 그대로 보여주면 떠나갔던 다른 연애들과 달리,
이 사람의 마음이 점점 커지는 것이 눈에 보였고, 나 역시 이 사람에 대한 마음이 심장에 다 담기지 않아서
어떻게 내 심장 안에 욱여넣어야 할지 고민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몰라.'라는 말을 쓸 때마다 나에겐 그럴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기고 말았다.
프리랜서로 살기로 결심한 뒤로, 매달 버는 만큼, 쓰고. 앞으로 평생 나는 이렇게 살아가겠거니 생각했었는데, 결혼을 결심하면서 나는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일을 해내야만 했다.
바로 '돈 모으기' 나에게 목돈을 모을 일이라곤, 여행 경비, 차를 사야 할 때뿐이었는데.
이제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위해 돈을 모아야만 했다.
나 잘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