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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Mar 28. 2017

작은 가게, 큰 그림을 그리자(4)

Brand: 태어나고 자라고 성숙하기(2)

문화공간 브랜드를 만든다는 흥분


신촌에서의 여름은 유래 없는 혹염을 기록했지만 우리는 그 무더위마저 즐거웠다. 쨍한 햇살을 피해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카페 안은 다행히 동굴처럼 시원했고, '비로소'의 문화공간 브랜드를 만든다는 흥분이 더 뜨거웠기 때문이다. 기존 공들인 인테리어에 카페와 바를 운영하기 위한 집기들은 잘 갖추어져 있었다. 그렇지만 공간을 운영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와 그것을 구동하는 전력이 없는 상태로 남아있었다. 이런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비로소'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운 시작이 아닌 다시 시작 리브랜딩! 


본격적으로 문을 열기 전, 브랜드 리뉴얼을 위해 이름, 로고, 시설, 메뉴, SNS 등을 새롭게 손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우리 공간을 다른 공간과 구별할 수 있는 요소들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바로 미래가치를 키운다는 브랜드 체격을 갖추는 것이었다. 미래에 만나게 될 고객들에게 우리 공간이 어떤 곳인지 알리고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방문하도록 만들기 위한 기본 작업이었다. 


TAF total art festival이라는 이름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진다는 의견에 새로운 이름으로 시작할 것을 고려해보기도 하였으나,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기존의 팬과 공간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를 고려하고 무엇보다도 '모든 예술이 뛰어노는 축제'라는 이름이 큰 의미가 있기에 TAF를 새롭게 브랜딩 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대신, 어렵다는 이미지를 씻고 total이라는 단어가 가진 막연함을 상쇄시키기 위해 TAF를 한글로 타프로 표기하고 앞에 타프가 자리하고 있는 지역인 신촌을 붙여 '신촌타프'라고 부르도록 하였다. 이니셜로 된 TAF는 티에이에프라고 읽어야 할지, 타프라고 읽어야 할지 망설이게 하므로 영어 뜻을 가진 이름이지만 과감하게 한글로 표기하고 발음하여 알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신촌타프와 SNS 친구를 맺은 이들을 일컫는 용어로 타핀(Tafine)을 만들어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소속감을 만들어보고자 하였다.  지역을 구체화 시킴으로서 막연한 이름을 상쇄시키고 낯선 영어 이니셜 이름을 한글로 누구나 읽기 쉽게 만들어 놓음으로써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의 준비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제 신촌타프의 리브랜딩을 위한 준비를 위해 그 당시의 현황을 둘러볼 필요가 있다고 여겼으며, 다양한 관점에서 현황을 파악하고 앞으로 신촌타프가 나가야 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하고 그에 맞는 의사결정을 하게 되었다.  



신촌타프의 당시 현황 


1) 지리

신촌타프는 신촌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동인구가 적은 서강대학교 방향의 안쪽 길 언덕에 자리하고 있었다. 바로 20미터 아래까지는 상권이 형성되어 있기는 하지만, 오르막길인 점과 거쳐서 갈만한 다른 상권이 없기 때문에 한적한 곳이었다. 게다가 영어로 total art festival이라고 하얀 바탕에 검은 글씨로 자그마하게 적힌 간판은 직관적으로 어떤 곳인지 알기 힘든 어려운 공간으로 비치기 쉬었다. 길가에 자리하여 많은 손님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므로, 조용하고 세련된 느낌의 카페로 운영하되,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손님을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하였다. 서강대 학생들을 타깃으로 하기보다는 카페 주변의 거주 주민과 주변 근무자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일정한 시간에 열고 닫도록 끈기 있게 운영하기로 하였다.  

2) 소셜미디어

신촌타프는 페이스북 페이지, 트위터, 블로그가 오랜 기간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 페이스북에는 기존에 진행했던 행사 사진들이 남아있었지만, 블로그는 복합 전시공간으로서의 정보와 행사에 대한 충실한 기록보다는 기존 운영자의 개인 블로그처럼 소소하게 운영되었던 것으로 보였다. 일단, 기존의 SNS를 이어서 운영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계정을 만들어 새롭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였다.  

연결 강도가 트위터보다는 강한 페이스북 페이지는 기존의 사진 이미지를 정리하고 관리자 권한을 전달받아 운영하는 것으로 하되 이름이 서울로 한정된 트위터와 플랫폼이 다음이었던 블로그는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대신, 새로운 계정의 트위터를 만들어 페이스북과 연동하고 블로그 대신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기로 하였다.

3) cafe Vs. bar

기존에는 카페보다는 바에 무게를 두어 진행했다. 칵테일 도구와 다양한 양주들이 준비되어 있었고, 에스프레소 머신은 고장 난 상태였다. 조용하고 낮은 조도의 조명은 바로서의 분위기를 고조할만했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 예술이 축제처럼 살아 숨 쉬는 공간이려면 밝고 건전하면서 항상 열려있는 친근한 분위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파티 행사 등을 위한 간단한 맥주 및 와인의 주류 메뉴는 유지하되, 낮시간의 카페 메뉴에 신경을 써서 낮에도 사람들이 드나드는 밝고 경쾌한 공간이 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결정하였다.  




이어 신촌 타프를 드러낼 수 있는 로고 작업을 진행하였다. 언덕길에 위치해 입구는 1층이지만 지하로 이어지는 길쭉한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는 공간의 특성을 고려하였다. 문래동의 정다방처럼 어두운 공간이지만 그 속에서 다양한 문화적 활동이 일어나는 생산적 공간이고 자유로운 공간으로 만들어지기를 바랐다. 그래서 청년들의 문화공간, 아지트가 되어 너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열린 새장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 공간을 운영하는 비로소의 로고에 있는 파랑새의 자유로움과 연결한 것이기도 하다. 이름은‘OPEN CAGE’이며 새장의 철장의 구획에 따라 TAF가 숨어있도록 만들었다. 이 로고는 함께 일했던 일러스트 손솜씨에 의해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된 작품이 되어 첫 오픈 전시에 활용되었고 명함, 카페 쿠폰, 엽서와 에코백에 들어가기도 하였다. 


비로소의 파랑새 로고


신촌 타프의 로고와 오픈 전시



카페이면서 저녁에는 간단한 맥주와 파티를 겸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메뉴를 수정했다. 메뉴와 분위기에 맞춰 커피 잔 등의 식기를 바꾸었다. 또한 공간에서 진행될 전시부터 워크숍, 공연 등의 다양한 활동을 위해 사무 집기와 프로젝터 등을 구비하고 작은 공연을 위해 음향 시설도 좀 더 나은 것으로 업그레이드하였다. 전시와 워크숍을 위해 조명을 좀 더 밝은 것으로 바꾸고 조명 등의 높이를 높게 바꾸었으며, 전시하는 공간인 만큼 습도 조절을 위해 설비를 하였다.


문을 열고 Open전시, Open Your Cage라는 이름으로 초대 전시를 진행하고, 다양한 워크숍을 병행하면서 공간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카페에 글을 업로드하고 전시 관련 사이트에 홍보를 하고 지인들을 초청하여 오픈 파티를 개최하였다. 기다란 공간으로 걸어 들어오면 입구에 마련된 공간에서 로고가 그려진 하얀 엽서를 사인펜과 색연필을 가지고 자신만의 엽서로 꾸며서 예쁜 엽서 콘테스트 이벤트를 진행하고, 좀 더 들어오면 전시와 함께 공정무역 원두로 만든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공간으로 연결되었다. 안쪽에 마련된 별도의 공간을 정리하여 글쓰기, 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 캘리 등의 워크숍을 진행하거나 회의, 프라이빗 모임을 열 수 있도록 하였다.


처음 공간을 열면서 파티, 전시, 워크숍을 기획하여 그 과정을 SNS에 공유하였다. 이러한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들을 통해 공간이 어떻게 변신할 수 있는지를 배워나갔다. 이러한 활동의 기획부터 운영 과정 그리고 그 결과를 SNS에 공유하면서 스토리를 쌓아나갔다. 아쉬웠던 점이나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장점들을 발견해서 그다음 기획에서 보완해 나갔고 다른 공간들의 운영방식을 벤치마킹하면서 우리 공간만의 특색을 살려볼 방법을 연구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캘리그래피 작가, 기타리스트, 피아니스트, 독립영화 제작 단체 등 다양한 창작자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보는 한편, 워크숍과 강연 등에 참여한 고객들을 모아 파티를 열어보기도 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모습의 공간을 만났고 그 모습을 SNS에 공유하였다. 사람들은 두려움 없이 우리 공간으로 성큼 들어올 수 있는 용기를 얻기도 하고 그들만의 이벤트를 기획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서서히 우리 공간의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느꼈다.



한편, 혜화 얼반 소울은 주택가 안쪽 1층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볕이 잘 들고 데크가 있어서 조용하고 밝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대학로 번화가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었지만, 유명한 연극무대가 가깝고 주변에 소규모 화랑들이 있어서 갤러리 카페로 기능이 많은 부분 차지한 곳이었다. 별도의 로고 작업은 하지 않았지만 기존 콘셉트를 이해하고 활용에 대해 고민하고 그 틀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한 곳이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비어있는 벽면을 채운 것이다. 갤러리 카페로 디자인된 공간이기 때문에 벽면은 그림을 걸 수 있도록 비어 있었는데 한동안 그림이 걸려 있지 않아 내부가 휑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곧 그림 대여 업체에 연락하였고 사진작가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었다. 업체는 계약을 맺은 작가들 중 전시를 원하는 작가들에게 무료로 전시를 열 수 있는 베네핏을 제공하게 되고 우리는 공간을 좋은 작품으로 선보이며 그 전시 모습을 통해 다른 대관을 유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된 것이다. 전시의 설치 과정, 설치 모습, 손님들과 함께 그림이 걸린 일상의 모습을 올리고 전시 대관 안내를 이런 글들에 링크로 연결해 두었다. 이런 식으로 꾸준히 글을 작성하고 작가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 홍보하였더니 마침내 조금씩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갤러리 카페는 기존 갤러리에 비해 좀 더 대중에 오픈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전시 가능한 작품의 폭을 넓히고 문턱도 낮추었다. 자신의 작품을 대중에 선보이고 싶은 작가뿐만 아니라 대학을 막 졸업하는 신진작가들, 문화활동의 결과물을 발표하려는 단체 등 대상도 한정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소소한 일상을 담은 아기자기한 것에서부터 현실 비판적인 이슈를 다룬 작품까지 폭넓은 전시를 유치할 수 있었다. 짧게는 3일, 길게는 2주 정도 일정 대관료를 받았다. 공익적인 목적을 가진 작가, 학생들에게는 할인을 해주었다. 무료로 전시를 할 수 있는 갤러리 카페들이 많이 있음에도 유료로 진행할 수 있었던 것은 최대한 갤러리로의 기능을 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이었다. 홍보, 공간 지킴, 설치와 철수를 돕는 등의 서비스, 오픈 파티 등의 케이터링 등을 제공하여 전시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이도록 지원하였다.  


한쪽 공간의 선반과 계산대 근처의 선반 공간은 평소에는 공예 작가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아트상품 부스로 활용하기도 하였다. 우선 은 수공예 작품, 패브릭, 유리 공예, 캘리그래피, 독립잡지, 사진엽서, 천연원석 공예, 소이 캔들 등 공모를 통해 작가들을 모았다. 직접 만나 작품들을 들이고 계약을 맺은 후 대리 판매를 진행한 것이다. 작가들과의 만남을 통해 각 작품을 만드는 재료에 대한 이야기, 만드는 과정과 작품에 담긴 의미를 들을 수 있었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내가 아름다움, 만듦새에 대한 철학을 배울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 선반은 전시 중에는 전시 작가들의 아트 상품이나 홍보물을 설치하는 데 활용하기도 하였다.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을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고객들이 관련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공간의 일상을 블로그, 카페 등의 SNS에 공유하고 상품이나 메뉴 소개, 워크숍 등의 강좌 안내뿐만 아니라 이벤트의 후기들을 성실히 쌓아 나갔다. 그랬더니 공간의 사용 설명서가 만들어지고 공간을 찾는 이들에게 공간이 점점 친숙하게 변하게 된 것을 실감했다. 전시, 파티, 촬영을 위한 문의가 늘어났고, 찾았던 고객들이 친구를 데리고 방문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되기까지 적어도 첫 3개월은 고객들을 위한 짝사랑을 원 없이 해야 한다는 사실들 다시 한번 실감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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