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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효진 Mar 28. 2017

작은 가게, 고객 친구 팬(1)

Benefit: 너를 위해 준비했어

나미야 잡화점에서 얻은 것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심야식당>이나 <러브레터>를 떠올릴 만한 가슴 따뜻한 사람 이야기다. 잡화점은 문구류부터 간단한 간식거리까지 다양한 물건을 파는 구멍가게다. 주로 아이들이 참새 방앗간처럼 들르는 공간인데, 단지 이름이 ‘고민’을 의미하는 '나야미'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나미야씨는 아이들의 고민상담을 해준다. 심각한 내용의 고민은 편지로 상담해주기도 하였다. 익명성 보장을 위해 인적이 드문 가게 뒤 켠에 따로 편지함을 두고, 밤을 새워가며 수십 통의 편지에 일일이 정성스럽게 답장을 해주었다. 이윽고 이 잡화점은 더욱 유명세를 타면서 동네 아이들에서 동네 어른들로, 나중에는 방송을 타면서 적국적인 관심을 받기에 이른다. 진심을 다해 성실하게 고민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단지 지우게 하나, 팽이 하나 사러 가던 소박한 잡화점을 마음속 복잡한 심경을 풀어내러 가는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 준 것이다.


 비록 소설 속의 이야기지만 평범해 보이는 가게를 특별한 가게로 만들어주는 베네핏 즉, 편익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 준다. 이름도 어려운 편익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기대 또는 보상을 의미한다. 우리는 여러 가게들 중에서 이익이 된다고 여기는 곳에 가게 된다. 과연 우리 가게가 줄 수 있는 편익은 어떤 것이 있을까?


편익에는 기능적, 가격적, 경험적, 상징적, 관계 편익이 있다. 


편익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품질이 좋다고 여기는 기능적 편익부터 가격적 편익, 소비 과정에서의 경험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경험적 편익, 그 제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사회적인 인정을 받는 것으로 느끼는 상징적 편익, 서비스 제공자와의 장기적인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관계 편익이 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경우에는 경험적 편익과 관계 편익이 두드러진다고 볼 수 있다. 


앞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편익이라는 것은 고객 입장에서 주관적으로 이익이라고 느끼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주관적이라는 것에서 취향과도 같은 것인데, 사람에 따라 그 기준이 다르고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때문에 어떤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가에 따라 같은 물건 같은 가격이라도 좋은 기능과 좋은 가격이라고 여길 수 있는 지점이 다르다. 그러므로 편익을 고려할 때는 고객의 성향과 특성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 먼저라고 할 수 있다. 


편익은 외로운 섬처럼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어느 편익이 기반이 되어야만 다른 편익이 편익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편익끼리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만 비로소 작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기능적 편익과 가격 편익은 경험적 편익과 상징적 편익, 관계 편익이 견인한다. 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많을수록 경험적 편익이 누적되고 결과적으로 관계 편익이 커지게 된다. 이를 통해 상품 혹은 서비스의 품질에 만족하기 쉬우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값비싼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므로 작은 가게는 품질과 가격에 대한 것은 물론이고 경험적, 상징적, 관계 편익도 고려하여 지속적으로 찾을 수 있는 고객을 확보하고 소규모, 소매 방식의 가격적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우선, 가격적 편익에 대해 고민할 때, 문화공간은 생각할 것이 많다. 경험이 곧 가치가 되는 공간인 만큼 그 경험이 얼마나 값어치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가수가 등장하는 TV 프로그램의 방청객은 무료로 방청권을 얻거나 오히려 돈을 받고 동원되기도 하지만 같은 가수가 여는 콘서트에 몇만 원의 돈을 내고 관람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다. 


이를 위해 참고할 만한 것으로 윌리엄 파운드스톤의 <가격은 없다>가 있다. 이 책에는 가격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중에 앵커링이라는 것이 있는데, 내용은 누군가가 해당 물건의 가치를 설정하여 준거를 제시해 놓으면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무의식적으로라도 참고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화공간은 가격을 정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문화 이벤트의 경험에서 그 가격을 얼마로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나름의 준거를 세울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에 걸맞은 만족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윌리엄 파운드스톤은 이 책에서 놀이와 노동의 경계가 모호하다고도 밝힌다. 아무리 일이라고 할지라도 수고스럽더라도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면 놀이처럼 즐겁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그 즐거운 고단함이 놀이가 된다면 기꺼이 돈을 주고라도 하고자 한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톰 소여가 울타리에 페인트 칠을 하는 것을 놀이로 만들어 친구들에게 대신 일을 시킨 것이나 봉이 김선달이 넘치는 대동강 물을 돈 받고 팔았다는 일화는 시사하는 바가 있다.  


스타벅스가 이국적인 분위기, 친절한 서비스, IT 기술의 접목 등의 경험을 판매한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작은 서점은 독서 경험을 판매하고 카페는 휴식 혹은 몰입을 팔며, 공방은 창작 방법을 판매하는 곳이라는 발상의 전환을 배울 수 있다. 이 곳들에서의 책, 커피, 그리고 공예품은 그 공간을 추억하는 하나의 증표일 뿐일지도 모른다. 


친한 친구가 만드는 음식은 맛있다.


신촌에서 행사가 없을 때는 카페로 운영했는데 우선 커피 원두를 공정무역 커피를 사용하였다. 원두의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문화를 함께 나눈다는 넓은 의미의 공익적 공간에서 착한 커피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러한 사실을 메뉴판, 블로그, 매장 내부 포스터, 손님들이 주문 시 구두로도 알렸다. 다소 집요하기까지 한 이런 노력은 착한 커피, 좋은 커피, 비싼 커피로 품질을 좋다고 여기도록 만들었다. 메뉴의 이름도 특별하게 하였다. 예를 들어 직접 찻잎을 우유에 끓여서 걸러 만든 밀크티의 제목은 ‘빨간 머리 앤 밀크티’였는데 빨간 머리 앤이 가진 진정성, 소박함, 씩씩함 같은 이미지와 잘 조화되어 인기가 많았다. 


글쓰기, 그림 그리기 등의 워크숍을 듣는 수강생들에게 카페 음료를 무료로 제공하였는데, 카페의 정식 메뉴에

제공하는 것으로 그 본래 가격을 명시하였다. 원가로 따진다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평소에 가진 값어치가 얼마인지 알리는 것은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도록 만들 수 있다. 또 방문한 고객들에게 SNS 친구 맺을 것을 요청을 하고, 이후 열리게 되는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공유했다. 이러한 이벤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기존 고객들이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이다. 이러한 지속적인 안부 묻기로부터 돈독한 관계가 만들어졌고 재방문을 유도할 수가 있었다. 


워크샵 발표회 겸 파티
인디밴드 공연


일단 파티에 방문했던 사람이 이후에 비슷한 분위기의 파티를 열기 위해 대관을 하거나 전시에 참여한 작가님이 직접 드로잉 워크숍을 진행하도록 지속적 관계로 이어졌다. 또 여기에 참여한 분들의 SNS를 통해 공간이 노출되면서 지인의 지인들이 공간을 찾게 되었고 새로운 네트워크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점차 공간이 활력을 찾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관계가 만들어지고 나면, 작은 가게가 가지고 있는 평범한 것도 특별한 것으로 생각된다. 친한 친구 같은 공간에서는 무엇이든 즐겁다. 만들어주는 평범한 음식까지도.


예술가 모임을 만들어 공예, 회화, 미디어 등의 다양한 영역의 작가들과의 네트워킹을 시도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정답이 없는 창작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 외로움을 나누며 서로 다른 장르의 작가들과 함께 만들어 볼 수 있는 거리를 이야기해보는 생산적인 자리였다. 또 그들의 전시, 파티, 워크숍을 함께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관계 편익에 참고할만한 예로 공유 사무실 공간, 학원가의 스터디 카페 등이 있다. 이 공간들은 사무실, 독서실의 기능을 접목하여 한 달, 일 년 등의 시즌 회원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대상이 뚜렷하므로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와 상품을 구비하기 용이하며, 회원제로 운영되므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서로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있으므로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서점이나 여행 등의 주제를 가진 카페들은 이러한 회원제도를 병행하는 것도 지속적인 운영과 문화기획의 안정을 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필립 코틀러의 <마켓 3.0>에는 위에서 소개한 여러 가지 고객 베네핏을 고려할 때 공통적으로 새기고 있으면 좋을 ‘마켓 3.0 선언문’을 제시한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고객을 사랑하고 경쟁자를 존경하라.

변화를 민첩하게 포착하고, 언제든 변화할 태세를 갖추라.

명망을 지켜내고 당신이 누군지를 분명히 하라.

당신의 도움이 가장 절실한 고객에게 다가가라.

적정한 가격에 훌륭한 제품을 제공하라.

소비자가 원할 때 언제든 당신을 찾을 수 있게 하라. 

고객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고 그들의 성장을 도와라.

모든 비즈니스는 서비스업이다. 

끊임없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평가하고 개선하라.

정보를 꾸준히 모으고, 지혜롭게 의사 결정하라.


 마켓 3.0은 이야기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을 의미한다. 문화와 예술이 전제가 되어 기존의 제조업의 마케팅에까지 문화마케팅, 스토리텔링이 더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문화공간도 ‘마켓 3.0 선언문’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트렌드를 읽고 콘셉트를 명확히 하며 지혜롭게 소통하는 자세로 좀 더 나은 베네핏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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