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효진 Mar 28. 2017

작은 가게, 큰 그림을 그리자(3)

 Brand: 태어나고 자라고 성숙하기(1)

 왜 브랜드가 되어야 할까?

 브랜드라는 말의 어원은 ‘인장을 찍다’이다. 브랜드는 고객들이 자기가 사랑하는 제품을 다른 것과 구별할 수 있게 해주는 증표이면서 그것을 사용하는 자신을 다른 사람과 구별하게 해주는 은유인 셈이다. 그런데 왠지 브랜드라는 말은 문화나 예술에 가져다 쓰기에 주저함이 있다. 브랜드가 시장, 마케팅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라서 왠지 대상을 상품화, 규격화하거나 순수성을 해친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작은 가게도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브랜드가 되어야 할까? 그 이유는 브랜드를 관리하려는 노력이 현재 가치뿐만 아니라 미래 가치를 함께 키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가게는 현재 물리적 공간이 작고 그 매출의 규모가 작다는 것이지 그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작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의 미약한 시작에 위축되지 말고 창대할 미래의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창대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하더라도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한 나름의 방편이 될 수 있기에 여전히 유효하다.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면 아직 손님이 많지 않다고해도 주인 마음대로 이리 흥 저리 흥 주먹구구로 운영해서는 안된다. 브랜드는 바로 내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어떤 감동을 주는가에 따른 노력이 결과적으로 고객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에게 지금과 미래의 가치를 잘 부탁해달라고 성실하게 러브콜을 보내야만 한다. 


경쟁 없이 혼자만의 길을 걷는 브랜드 역 브랜드, 일탈 브랜드 그리고 적대 브랜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차별화된 콘셉트를 가진 쿨한 것을 만드는 것이다. 작은 가게가 가진 철학과 가치를 효과적으로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브랜드들이 살아남을까? 하버드 경영대학원 종신교수인 문영미는 <디퍼런트>에서 레드 오션에서 살아남는 브랜드 즉, 경쟁 없이 혼자만의 길을 걷는 브랜드들에 대해 소개한다. 역 브랜드, 일탈 브랜드 그리고 적대 브랜드다. 


역 브랜드는 핵심에서 벗어난 모든 부가적인 가치들을 털어내고, 혁신적인 조합을 통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브랜드라고 한다. 기존 가치들을 확장하는 대신, 넘치는 가치들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낮추고 창조적인 방식으로 재조합하려는 시도를 한다. 자신의 역량을 최대하나 발휘할 수 있으되 그 한계를 인정하고 창조적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일탈 브랜드는 소비자의 심리가 불합리하다는 것을 영리하게 바라본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카테고리를 구분하는 기준이 피상적이고 자의적일 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새로운 제품이 기존에 생각하던 제품 카테고리 밖의 다른 카테고리가 되었을 때 큰 관심과 애정을 받게 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틈새를 찾아 이름을 짓고 선점해보는 것이다. 


적대브랜드는 ‘고집’을 바탕으로 ‘차별화’라는 선물을 얻고 있는 브랜드다. 작은 것을 뻔뻔하게 드러낸 미니 쿠퍼나 영국의 전통 잼인 마마이트 그리고 에너지 음료인 레드불과 같이 기존의 제품들과는 다른 인지 부조화를 이끌어 내면서 호 불호가 강하게 갈리게 되는 브랜드다. 이러한 오만한 브랜드는 양날의 칼처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으므로 그들에 대한 대응에 대한 준비도 중요할 것이다. 



현재가치뿐만 아니라 미래 가치를 함께 관리하는 방법


 <브랜드 버블>에서 존 거제마와 에드 라바는 브랜드 이론에서 그동안 중요하게 다뤄온 브랜드 자산 개념은 이제 브랜드를 관리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좀 더 새로운 혁신을 해야 명사가 아닌 동사로서의 브랜드가 만들어진다고 보았다. 브랜드가 성공을 거두려면 끊임없이 시장을 주도하고, 적응하고, 놀라움을 선사하고, 혁신하며 참여시키고, 민첩하게 반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혁신을 위한 개념으로 존 거제마와 에드 리바가 새롭게 이야기한 것이 바로 브랜드 에너지다. 브랜드 에너지란 브랜드의 운동과 방향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라고 한다. 사람이 에너지가 있어야 몸을 따뜻하게 하고 생각하고 말하고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브랜드도 에너지가 있어야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브랜드 에너지를 구성하는 것으로 브랜드 체력과 브랜드 체격을 들었다. 먼저 브랜드 체력은 차별화와 적합성을 통해 미래 성장가치를 나타내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브랜드 체격은 자부심과 브랜드에 대한 지식으로 구성되며 현재의 영업 가치를 드러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체격은 얼마나 튼튼한지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이는지를 판가름한다. 한편 눈에 보이지 않는 체력은 체격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마치 운동선수처럼 작은 가게도 장기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건장한 체격만큼이나 기초 체력을 잘 다져 놓아야 할 것이다. 


한편 브랜드 체격을 이루는 브랜드 지식은 고객들이 우리 가게를 떠올릴 수 있는 지식들을 의미한다. 이름을 들어봤는지, 이름을 들으면 어떤 상품을 취급하는 곳인지 아는지, 판매하는 방식이나 분위기는 어떠한지 등에 대해 잘 알릴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콘셉트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그것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흥미롭다면 브랜드 지식이 잘 만들어진 셈이다. 고객들에게 우리 공간이 친숙해지면 '나 그곳을 알아', '나 거기 가봤어', '거기 좋던데?', '거기 주인이랑 친해' 등등 가게와 특별한 관계를 가진 것을 지인들에게 이야기할 수도 있다. 물론 긍정적인 경험을 해야만 가능한 것이지만, 이렇게 고객이 우리 가게와의 인연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주변에 기꺼이 추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자부심인 것이다.


브랜드 체격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 이제 장기적으로 우리 가게가 튼튼하게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만드는 체력을 키워야 한다. 이미 콘셉트에서 주요 고객을 상상했지만, 막상 방문하는 고객들은 훨씬 다양하며 주요 고객은 처음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브랜드는 받아들이는 대상 즉, 고객들에게서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의도한 콘셉트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고객들의 성향에 맞는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실제 주요 고객들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필요를 충족하고자 노력한다면 자연스럽게 차별화되고 그에 맞춤한 적합성을 가진 가게가 된다. 곧 브랜드 체력을 키우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현재 우리 가게가 떠올리는 것들이 무엇인지, 그것이 고객에게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지에 대한 계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나쁜 고객은 과감히 해고하고 주요 고객들에 맞춤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에는 좀 더 특이하고 차별적인, 그래서 사람들이 더 잘 구별할 수 있는 브랜드로서 우리 가게를 인식하게 될 것이다.


과연 어떤 브랜드가 될 것인가


브랜드를 돋보이게 하는 방법


공간을 브랜딩 하는 것은 세상 유일한 공간인 장소가 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공간은 그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인과관계에 의해 의미를 가지면서 이야기를 만들게 된다. 그러므로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따라 어떤 변화를 가지게 되는 살아있는 존재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어느 다른 곳도 아닌 바로 ‘이 곳’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용자 경험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러한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은 고객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유 무형의 상품을 고르거나, 직접 사용하거나 그것을 구매하고 다시 가게의 문을 나설 때까지의 시간에 따른 모든 경험을 고려해야만 한다.


이러한 공간에서의 경험은 우선 사람의 감각에 의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과 촉각의 감각에 의해 만들어지는 신호는 우리 뇌에서 복합적으로 대상을 인지하게 만드는 것이다. 색상에 따라 일으키는 감정이 달라진다거나 후각이 잠재 기억을 수반한다거나 하는 과학적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졌다. 번 슈미트는 <체험 마케팅>에서 체험 수레바퀴를 통해 체험의 차별화, 향유 동기의 부여, 가치 제공의 과정을 설명한다. 이를 구성하는 모듈은 감각, 감성, 인지, 행동,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감각을 통해 긍정적 감정, 즐거움, 자부심 등의 체험이 만들어지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일단 인지가 되면 더 오래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후 다시 방문하거나 주위에 추천하는 등의 행동이 따르게 된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기억된다는 것은 곧 좋은 경험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그들이 그 좋은 경험을 가진 공간을 다시 찾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캐퍼러, 업쇼, 켈러, 아커 등의 저명한 브랜드 연구자들은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사용자나 자아의 이미지,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 사용경험을 중요하게 보았고 여기에 물리적 특성이나 브랜드 네임, 로고, 캐릭터, 슬로건이나 패키징 등과 같은 상품의 감각적 디자인 요소들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므로 갓 태어난 브랜드라면 일단 사람의 다양한 감각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의 조합이 가게의 콘셉트나 전달하고자 하는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감각기관 중에서 시각은 전체 80%의 입력 신호를 담당할 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가 브랜드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브랜드를 대표하는 심벌인 로고, 매장 입구의 모습을 표현한 파사드, 우리 가게하면 떠올릴 수 있는 대표 캐릭터 등인 것이다. 같은 값이라면 다홍치마라고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더라도 그것을 좋아 보이게 만드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랑주는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에서 효과적인 매장 디자인을 제안한다. 공간의 색상, 조명, 상품의 진열 등에서 고객들이 물건을 사도록 만드는 구체적인 법칙을 알려주고 있어서 도움이 된다. 예를 들면 가게의 콘셉트와 맞는 대표 색상과 보조 색상, 배경이 되는 색상의 비가 5:25:70일 때 효과적으로 대표 색상을 기억하게 된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콘셉트를 뒷받침하는 패턴을 응용하게 된다면 더욱 명확하게 상품의 특성을 각인시킬 수 있다든지 또는 상품의 배치는 사람의 손 뼘의 너비를 고려하여 16cm 이상 벌려 놓을 것, 조명은 테이블에서 76cm 높이일 때 안정감을 갖는다는 등의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형편없는 물건이라면 이런 황금법칙에 놓는다 해도 별 소용이 없을 것은 당연하다. 


상품이 아닌 무형의 서비스나 활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룰을 생각해볼 수 있다. 여기에 공간을 구획하여 머물게 될 시간을 분배하고 그 활동에 최적한 물건의 배치, 조명,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이나 향기까지 고려해볼 수 있다. 


가게의 외형이나 상품의 진열뿐만 아니라 주인의 옷차림, 톤과 매너도 중요하다. 기사식당의 욕쟁이 할머니는 잘 차려입을 필요가 없다. 무심한 듯 야무지게 말아 올린 머리에 퉁명스러운 말투로 필요한 말만 하고 음식만 투닥거리면서 만들고 아들내미에게 잔소리라도 하듯 욕 한 바가지 해주는 것이 나름의 영업 전략이라는 사실은 아마 다 알 것이다. 다음에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겠지만, 작은 가게에서의 이 같은 경험들은 온라인에서도 일관되게 공유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디퍼런트> 말미에는 이런 당부의 글이 있다. 

다른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생각이 났다면 두려워하지 마라.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다른 수많은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와 겉보기에는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르므로 그 실현 방안을 만들어 보기 전에는 포기하지 말아라! 그리고 자료 밖에서 직관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아라!


두려워하지 말고 내가 꿈꾸는 작은 가게는 과연 무엇이 ‘디퍼런트’한 지 자문해보자.

이전 03화 작은 가게, 큰 그림을 그리자(2)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