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안녕 케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파키뉴 Feb 04. 2023

맥주

Dear my beer snob

I also now know lots of information about beer. I sold a lot of craft beer at the pub, I think I might be a beer snob now (someone who looks down on others drinking anything that isn’t craft beer). To be fair though, I drank cass and soju last night at Korean bbq, it still tastes good.


케인. 네 이야길 들으니 나 독일에 있을 때가 생각난다.


그기서 난 참 맥주를 많이 마셨지. 여름에 축구를 하는 날엔 말이야. 집 나서기 전에 길다란 병 맥주 하나를 냉동실에 넣어둬. 그기 친구들은 맥주를 냉동실에 넣더라고. 한국에선 그냥 차가운 맥주를 사러 편의점에 다녀올 텐데 말이야.


아무튼. 냉동실에 맥주를 넣어 두고 온 날엔 물을 마시면 안 돼. 축구를 하면서나 축구를 다 한 다음에 말이야. 절대 마시면 안 돼. 한여름이라 하더라도 꾹 참는 거지.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잖아? 그러면 세 시간 정도 지나 있거든. 근데 이때도 마시면 안 돼. 샤워가 남았거든.


어푸어푸 샤워를 하고 나오잖아? 그때야, 바로 그때. 부엌으로 달려가서 맥주를 가져오지. 방으로 와서는, 독일 친구들이 가르쳐 준 대로 병을 간지나게 따. 그리고 반 샷을 때리는 거야. 꿀꺽이 아니라, 꿀꺽-꿀꺽-꿀꺽-꿀꺽. 반쯤 마셔야 멈출 수 있는 거거든. 얼음처럼 차갑지만 얼지는 않은 그런 맥주.


나머지 반은 조금씩 마시는 거야. 내 키보다도 더 길쭉하게 뻗은 창, 그 너머로 저물어 가는 해를 보면서 말이지. 머리를 제대로 말리지 않아서 어깨로는 물이 뚝뚝 떨어져. 상관 없지. 비치 팬츠 하나 말고는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는 거거든. 작으면서도 넓은 그 방에서는 새소리도 들렸단다. 그렇게 맥주를 마시곤 했어. 서울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지. 돈이 많다면 뭐, 가능한 일이겠다야.


편지를 쓸 때도 맥주를 마시곤 했어. 너한테 편지를 쓰듯 편지를 쓸 때 말이야. 그때는 편지를 지금보다 훨씬 많이 썼던 거 같아. 편지를 한 편 다 쓰고 나면 세 병 정도 비워져 있었지.


하루는 이런 생각을 했어. 맥주를 이렇게 많이 마시는데 내게 남는 건 과연 뭘까 하고 말이야. 몸이 안 좋아질까 걱정했던 건 아니야. 술배가 나올까 봐 걱정했던 것도 아니고 말이야. 어리석게도 젊음이 영원할 줄 알았던 거지. 사실 그런 생각을 한 건 화장실에서였어. 그냥 이렇게 오줌으로 내 보내기가 너무 아쉽잖아?


그때 무슨 생각을 했게? 바로 병뚜껑을 모으는 일이었어. 뜻깊은 기념품이 될 거라 생각했지. 엽서 같이 작기도 하고, 쇠붙이로 된 게 뭔가 냉장고 자석이랑도 비슷해 보이고 말이야. 그런 것들 콜렉팅하는 사람들 있잖아.


집 근처에 꽤나 큰 마트가 있었거든. 그 마트에 있는 병맥주 모두를 마셔 보자. 그리고 그 뚜껑들을 다 모아보자. 이런 생각으로 병뚜껑을 모으기 시작했어. 한국에 갈 때쯤에 모아 둔 병뚜껑을 세어 보았지. 그리 많진 않더라고. 양키 캔들 큰 병 정도에 다 들어가겠더라고. 집에 있던 소세지 병이 딱 그 정도였는데, 그기에 넣어가면 되겠다 싶어서 그렇게 했어.


어때, 그래도 괜찮은 기념품이지 않아? 난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그걸 보고 아빠는 한심해 하더라고. 근데 그거 지금 어딨지. 아....


근데 넌 좋은 술들 놔두고 왜 소맥을 먹냐. 난 독일에서 삼겹살에 바이쩬(Weizen), 필스너(Pilsner) 뭐 이런 것들 마셨는데 말이야. 소주 마시고 싶으면 보드카 마셔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