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이 나지 않는 이상 매일 성경을 그린지 5년이 넘었다. 요즘엔 욥기를 그리고 있는데 보통 그 장의 내용에 떠오르는 색을 쓰곤했기에 어둡거나 차가운 색 계열로 그리려다가 보라색을 쓰기로 했다. 나는 보통 보라색을 환상이나 꿈에 대한 내용을 그릴 때 쓰곤한다. 풍족했던 자신의 모든것이 날아가 버리고 자신의 고통을 토해내는 그의 모습을 썩은 나무에 그림자로 그렸다. 욥은 차라리 이 상황을 꿈이었으면 하고 바라지 않았을까.
그림을 그리고 달리다보니 어느새 하늘이 보라색이 되어있었다. 보라색하늘은 처음이다. 한참 고난을 겪고있는 욥이 생각나서 마음이 울적해졌다가 불행속에서 허우적되던 일들이 연상되어 떠오른다. 이럴땐 달려야지. 오늘은 천천히 달리기로 했는데 나도 모르게 조금 속도를 냈다. 기분이 좋아졌다. 무릎도 한결 가벼워진것 같다.
어떻게 보면 우리들은 얽히고 섥힌 이 세상을 유영하며 꿈을 꾸는 영혼들이다. 나쁜 꿈을 꾸기도 하고 좋은 꿈을 꾸기도 하며 우리는 현실에서 깨어나고 꿈에서 잠든다. 그러니 살아가자, 어떤 꿈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연휴동안 내가 구상하고 있던 몇가지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며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즐겁고 설레고 때로는 힘들기도하고 실망하기도 하겠지. 그러나 감정은 사라지고 결과는 남는다. 계속 해나가야지. 계속 살아가야지. 꿈같던 연휴를 깨어나며 새로운 삶을 꾸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