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살펴보는 한국 기준금리 인하의 의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만장일치로 그동안 무려 1년 8개월간 유지해 왔던 3.50%의 기준금리 인하(0.25% p, 인하 후 3.25%)를 결정했습니다. 대개 금리를 인상하거나 동결하는 경우 ‘긴축’이란 표현을 사용하는데, 긴축기간은 무려 38개월(3년 2개월)만이었습니다. 그만큼 긴 시간 동안 돈의 가치를 높이 유지시켰다는 의미라 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w3ycfqCO_Q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금리인하를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수가 회복 중이라 하더라도 잠재성장률보다는 낮은 수준이고‥ 불필요하게 기준금리를 너무 오랫동안 긴축적인 수준으로 갈 이유는 없다. 특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떨어진 상황에서‥"
이 말을 듣고 개인적으로 살짝 울컥했네요. ‘불필요하게 기준금리를 너무 오랫동안 긴축적인 수준으로 갈 이유는 없다’고 했는데, 무려 38개월이나 끌어온 긴축 기간은 짧았다는 의미일까요? 긴축을 하는 동안 대한민국 경제는 거의 박살 나다시피 했는데, 이제 와서 ‘불필요하게’ 긴축을 오래 끌 이유는 없다고요? 물론 문장의 전반적인 뉘앙스까지 고려해야 하지만 너무 쉽게 말을 한 것 같아 살짝 화가 났었습니다...
어쨌든 기준금리 인하는 팩트이고, 그 이유는 바로 침체에 빠진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함이라 합니다. 맞아요. 하지만 더 빨리 내렸어야 합니다. 이미 국민들은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고, 지칠 대로 지친 상태입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면야 몸보신도 해가며 버티겠지만, 과도한 대출이자 부담과 하루 지나면 오르는 물가로 인해 그야말로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물론 이해합니다. 금리를 더 빨리 낮추고 싶었어도 그동안 미국과의 금리차(5.50%, 2.0% p 격차)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는 걸 말이죠. 그러지 않아도 (금리차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로 한국 증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부동산 시장 또한 고전하고 있었죠. 거기에 환율, 석유가격까지 높다 보니 만약 한국이 먼저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렸다면 환율은 더 뛰고(그로 인해 물가는 더 치솟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엑소더스(Exodus)를 눈앞에서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을 겁니다.
이제 코로나 경제 3 Round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라운드는 금리 인하의 시대입니다. 경제전문가로 알려진 김광석 한양대 교수는 경제 흐름이 바뀔 것이라는 의미에서 2025년을 ‘피벗의 시대’ 즉 ‘방향 전환의 시대’라 명명하고 있습니다. 1 Round가 예기치 못한 코로나로 인해 발생되었고, 이로 인한 경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었다면, 2 Round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금리와 양적완화로 인해 물가가 폭등하고, 이를 잡기 위한 급박한 금리인상이 이어짐으로써 경기침체가 자리 잡은 시대라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경제 3 Round는 고금리로 인한 경기부진을 살리기 위해 금리 인하를 시작한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마치 그동안 경기침체로 인해 고통받았던 시대가 가고, 오래지 않아 희망의 날들이 찾아올 것만 같은 그럼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속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바로 금리가 오랜 기간에 걸쳐 천천히 내려가는 것이 아닌, 속도 있는(짧은 기간 내에 이뤄지는) 금리인하라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겁니다. 금리 상승기에 한국의 기준금리는 0.5% → 3.5%로 상승했습니다. 최고점에 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7개월(1년 5개월)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금리인하가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짧은 기간 내 금리가 인하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지금 한국 경제는 미국에 종속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준금리 또한 한국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어요. 미국의 기준금리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한국만 내릴 경우 한국 돈의 가치가 떨어져 두 국가 간 화폐의 교환비율이라 할 수 있는 환율이 상승(외국 돈의 가치가 올라감으로써) 하기 때문이죠. 환율이 오르면 물가에 영향을 미칩니다. 수입 물가가 상승함으로써 간신히 잡은 물가상승률이 다시 2%를 넘어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미국의 눈치와 함께 한국의 물가상황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게다가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까지 감안한다면 사실 답이 안 나오는 거죠. 물론 그중에 첫 번째 전제조건은 ‘미국이 금리를 인하해야’가 될 수밖에 없고요.
그렇게 볼 때 미국은 어떨까요? 과연 빠르게 금리인하를 단행할까요? 현재까지의 정황은 ‘글쎄요..’입니다. 솔직히 그럴 이유가 보이지 않아요. 9월 0.5% p의 금리인하를 단행하며 연준에서는 올 연말 4.5%, 그리고 2025년에는 3.5%까지 금리를 낮출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발표되는 고용률이나 실업수당 등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미국의 경제가 단단하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고금리 상황에서도 경기침체가 오지 않고(물론 살짝 조짐은 보이지만) 굳건히 잘 버티고 있다면 굳이 서둘러 금리인하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그러다 혹여나 다시 물가라도 급등해 버리면 그게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요.
미국이 자신들의 경제 상황에 맞춰 아주 천천히 금리인하를 한다면 한국 또한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어요. 그 말인 즉 금리인하가 시작되었지만 상당히 긴 기간에 걸쳐 천천히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경기부양의 효과 또한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 아닌 아주 서서히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보이게 될 겁니다. 마치 인하를 했지만 안 한 것과 같은 모양새를 보일 수도 있다는 거죠.
코로나 경제 1, 2 Round가 대다수의 평범한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시기였다고 한다면, 아쉽게도 3 Round(최소 2025년은) 또한 그다지 확연하게 나아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시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높이 올라간 체감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기마저 나아지지 않는다면(그래서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경제적 삶은 계속해서 힘들 수밖에 없을 겁니다. 주식시장에 비유하자면 수치상으로는 아주 조금씩 나아진다고 얘기는 하는데, 실질적으로 몸으로 느껴지는 건 거의 없는 강보합 수준의 횡보장이 지루하게 펼쳐질 것입니다. 안타깝지만 여전히 고통받는 건 국민들이 몫이 되겠네요.
자, 마지막 3편에서는 실물경기와는 다르게 움직일 자산시장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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