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유진 Nov 10. 2021

초밥집에서 일하시는 전도사님(1)

[인터뷰] 독일 사는 엄마를 만나다

 

인터뷰 기회 의도는 독일 거주 엄마들의 고유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때로는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한 줌의 위안을 얻기도 하니까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우리는 연결될수록 강하다"라는 문장을 자주 상기했어요. 설문지 답변과 화상 인터뷰(10월 21일)로 만나 작성한 글입니다. 긍정 에너지 듬뿍 수혈받은 귀한 시간이었답니다. 하이델베르크에 사시는 은정님의 인터뷰는 1, 2부로 나누어 발행 예정입니다. 


하이델베르크 풍경


김유진 : 은정님, 인터뷰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략한 자기소개(가족과 하시는 일 포함)를 부탁드려요.     


육은정 :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살고 있는 육은정입니다. 독일 산 지는 10년이 되었고, 남편과 11살 딸, 7살 아들과 살고 있어요. 독일에 온 초창기는 육아와 살림을 하는 전업주부이면서, 한인교회에서는 어린이 부서 담당 전도사로 사역했어요. 현재 다름슈타트에 있는 다름슈타트 중앙교회에서 영유아부 전도사로 섬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9년부터 eathappy라는 초밥 회사에 입사해 마트 안 매장에서 일한 지 3년째입니다.     


독일에 온 이유는 남편이 결혼 전부터 독일에서 유학하는 것이 꿈이었대요. 전 결혼 전까지 해외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남편이 결혼하고 유학을 하겠다고 했을 때 독일 사는 게 피부로 와닿지 않아서 쉽게 승낙했어요. 그땐 많이 순진했던 것 같습니다. 외국에 산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렇게 오랫동안 독일에 살지 몰랐습니다. (웃음)     


김유진 : 한인 교회 전도사님이시군요. 전도사님과 초밥 회사, 뭔가 완전 다른 직업군인데 이 둘 병행하시는 소감도 궁금합니다. 한국이라면 사모님이 초밥집에서 일하는 풍경이 감히 상상할 수 없는데 독일이라서 가능한 부분일까요.     


육은정 : 네. 그런 면도 있는 것 같아요. 독일 교회는 평일 사역이 거의 없고 주일만 일하면 되니까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라서요. 남편이 목회자지만 한인 교회 형편이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라 경제적인 부분도 크고요. 비자 문제도 해결해야 해서 취업을 했답니다. 독일에서 편견이 없고 오히려 취업했다고 했을 때 엄청 축하해주는 분위기였어요. 저의 시작으로 주변 분들이 용기를 얻어 잇 해피에 취업한 사모님들이 꽤 있어요.(웃음)     


김유진 : 한국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네요. 사모님에 대한 편견이 제게도 있는 모양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블로그에서 '유학생의 아내'라는 타이틀이 꽤 오래 지속된 거 같은데요.     


육은정 : 네. 맞아요. 남편이 독일에서 신학 석사 과정을 했는데 7년이 걸렸어요. 교회에서 사역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거라 쉽지 않았습니다. 독일 대학원이 논문 쓰고 졸업하기까지 만만치가 않고요. 두 가지 일을 나름 열심히 하는 걸 잘 아는지라 빨리 끝내라고 재촉할 수도 없었답니다. 원래 목표는 박사까지였지만 거기까지는 도저히 힘들 것 같아서 석사까지만 하기로 했답니다.     




김유진 : 하이델베르크의 낭만 스토리, 블로그 이름만 봐도 낭만이 가득할 느낌인데 낭만보다 현실적인 팁들이 가득해서 개인적으론 좋았어요. 어디나 사람 사는 이야기는 비슷하구나, 싶어서요.     


독일 온 초창기에 은정님이 쓰신 실생활을 위한 팁들이 가득해서 종종 들렸어요. 예를 들면 빵가루는 독일어로 뭔지 어떤 걸 사야 할지 난감할 때, 감자탕은 정육점에서 무슨 부위를 사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좋았어요. 아주 사소하지만 꼭 필요한 것들이요. 블로그를 운영하시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언제일까요? 블로그가 은정님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궁금합니다.     


육은정 :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는 독일에 살다 보니 재미난 이야기가 매일매일 생겨나는데 혼자 알기 아까워서였어요. 때론 창피한 실수를 할 때, 한국과 다른 독일 문화를 볼 때 신선하고, 다양한 에피소드와 한국분들이 알면 좋겠다 싶은 정보를 다른 이와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지요. 제게 일어난 일들을 정리하면서 감정 순화도 하고 이웃분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되었고요.     


처음에는 일기처럼 일상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목적이었다면 점차 정보성 내용도 함께 적었는데 가끔은 블로그 정체성이 뭘까 고민됐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게 목적이기에 두 가지 다 담아낸 것 같아요. 도움이 많이 된다는 댓글은 참 뿌듯하죠. 교회 성도님께서 독일에서 처음 아이를 낳아 모르는 게 많았는데 검색할 때마다 제 블로그 글이 나왔다면서 아이 유치원 보내는 것부터 요리까지 두루두루 도움을 받으셨다고 뒤늦게 말씀해주셨어요.     


현재는 잇 해피 취업에 관한 글도 올리는데 다급한 마음으로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독일에 꼭 와서 살고 싶으나 비자 해결이 어려우신 분들이 취업문의를 하시는데 절박한 상황에 계신 분들께 독일 이민과 취업에 대한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 몇 달 전에는 저희 매장으로 한국 여성분이 입사했는데 독일에 살다 비자가 종료되는 상황에서 방법이 없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검색하다가 제 블로그를 통해 잇 해피를 알게 되었고 취업을 하셨다면서 고맙다고 하셨어요. 어떤 분은 한국에서부터 잇 해피 취업에 대한 문의를 했고 현재 독일로 이민 와서 잘 근무하고 계십니다. 이렇게 다른 분들께 도움을 되는 것이 보람됩니다.   


  

eathappy에서 일하시는 모습



김유진 : 잇 해피에서 일하신 지 벌써 3년이시라고요. 정규직으로 전환되신 것 축하드려요. 독일 내 취업을 원하는 분들을 위해 경험을 적극적으로 나누며 돕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답니다. 독일 내 취업,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제일 어려운 건 눈높이를 낮추는 거겠죠. 어떤 마인드로 취업을 시도해야 될까요.       


육은정 : 취업을 따로 준비하거나 다른 회사에 취업을 시도한 적이 없어서 조언은 어렵겠지만 주변 분들의 취업 준비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있어요. 독일에서 자란 분이 아닌 경우, 독일어가 자유롭지 못해서 한국에서의 경력을 독일에서 이어가기가 쉽지 않아요. 원하는 분야로의 취업이 상당히 어려운 모습을 많이 보았어요. 특히 여성분들은 가족 돌보는데 집중하시기에 바로 취업이 어렵고, 자연스럽게 경력이 단절되는 것 같더라고요. 눈높이를 최대한 낮춰도 취업이 안 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저는 그런 상황에서 잠시 다른 일을 하더라도 때를 기다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경력과 전공 분야를 쉽게 포기하기보다 다른 일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걸 준비하며 기회를 늘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해요. 아는 분께서 호텔 요리사이신데 우연한 기회에 잇 해피에서 일하셨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깜짝 놀라 여쭤보니 요리사가 되고 싶은데 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비자 문제로 eathappy에서 2년간 근무하시다가 기회를 만나 요리사로 취업을 하셨어요. 꿈을 이루지 못한다고 생각하기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문을 계속 두드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2부에서 계속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프랑크푸르트에 사시는 사투리 여왕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