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
노란 소파
이십 년 전
속초에 도착해서는
이틀 내리 소파에서
잠만 자고 떠난 친구는,
이제는 편해졌는지
그때 얘기를 슬쩍 꺼낸다
자식 먼저 떠나보내고
결혼의 파경에
아버지의 병고까지
연이어 겹치면서 힘들었을 그는
그때 노란 소파에서
어떤 꿈을 꿨을까?
맛있게 잘 잤다며
멋쩍은 미소만 남기고
훌쩍 떠나 버린 친구는
영상 화면 속 평온함을
되찾은 얼굴이다
그를 포근히 안아줬던
노란 소파는 사라졌지만,
그의 기억 속 소파가
우리에게 빛과 조명 같아서
잡담의 시작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