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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냄새에 물드는 저녁

한 편의 시

by 모루

빵 냄새에 물드는 저녁

모루

소금 빵처럼

메마른 외로움을

한 입 베어 문다

씹히는 강력분 반죽 사이

일상의 지루함이 배어 나온다

오븐에 잘 구워진

세월의 쓸쓸함 또한

앙그러진다

매끈거리는 빵 껍질은

번들대는 중년의 피부 같아

부서지지 않게 소중히 떼어낸다

가득 채운 오븐의 기대감과

주린 위장을 채울 만족감에

통장 잔고에 쌓이는 제빵사 수고처럼

모든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 기억하며

구수한 빵 냄새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딱딱해진 빵 부스러기처럼

올곧게 버텨온 오늘을 축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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