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움, 기억 너머로

한 편의 시

by 모루

피움, 기억 너머로


김 모루

트리스탄의 눈물이

천상에 걸린 샹들리에 아래 맺힌다

꽃향기가 크리스털에 어린다

분명 그것은

아련한 내 기억들이지

공간의 냄새들이지

화려하지만 우수에 젖은

삶의 보석들이지

거기에 네가 있어

너를 초대할 거야

나는 파선 직전의 미지라는 공간에서

파도를 넘고 있어

켈트 족 전설에 나오는

혼령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어둠을 빛으로 물리치고 있어

‘그렇게 흘러가게 내버려 둘 거니’

‘쏟아지는 정보를 검색해 봐’

기사 어디에도 탈출구는 없어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들

자아는 사라진 지 오래지만

내 피터팬이 나와 함께하고 있어

심연의 바닷속은

쏟아지는 빛으로

푸른빛의 세계를 장식한다

해저로 내려가는 중간 어디에

나는 존재해

그곳에서 보는 세상은

아름다울 수도

목마름으로

아쉬울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해변에 서서

거대한 포말을 맞을 거야​

그 경계에서

새로운 지평을 넓혀갈 거야

내 푸른 바다의 공간을

그리면서

그러다가

어느 순간 꿈에서 깨겠지

내 삶은 아스라 지겠지

꽃잎처럼

잘리고 상처 입고

쓰레기처럼 취급될지라도 몰라

그 순간에도 나는 꽃피울 수 있을까

내 기억의 공간은

아름다운 꽃밭이었던 거지

그 꿈에 새록새록 꽃 피울 거야

푸른 잎의 기억과

화원을 아름답게 장식했던

나의 향기처럼

나는 나의 밤으로 여행을 떠나지

우리 가슴에는 전설이 흐르고 있어

토끼와 호랑이,

그 전설의 대결은 매 순간 벌어지고

내가 호랑이가 되어 너를 잡아먹기도 하지

토끼가 되어 너에게 골탕을 먹이기도 하지

삶이란 모두 전설이 되지

나의 기억들마저

그렇다면

당신의 선택을 무엇일까

당신의 기억은 어떻게 남을까

아름다웠으면

행복했으면

사랑스러웠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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