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간에 관하여

시큼한 언어를 헹굴 수 있는 공간에

by 모루

어떤 시간에 관하여


우린 각자의 말만 쏟아냈고

그 길이가 해변만큼 넓어져 갈 때

난 고양이를 생각했고

해변의 들고양이들이 낯설게 느껴졌다


두 시간 동안의 모래 같은 말은

모두 바람에 날려갔다


대화를 이어준 건 작은 소녀였다

소녀는 추워서 수영을 못해 아쉬워했다

꽃무늬 원피스에 잠바를 걸친 채

고양이는 아주 빨라 잡을 수 없다고 했다


드넓은 모래사장에는 소녀의 말대로

잡을 수 없는 존재들이 떠돌고 있었다


무의미한 말보다는 침묵과

서로를 더 편안하게 만드는 어떤 것들

시큼한 언어를 헹굴 수 있는 공간에

구름에 물드는 어떤 노을 같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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