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언 형제 : 부조화와 난센스>(마음산책, 2009)
영화감독들이 갖는 두려움 가운데 하나는 자기만족이다. “사람들은 게을러지게 마련이죠.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는 그런 면이 생겼다고 볼 수 있고요. 하지만 영화 소재가 도전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으면 그 작품을 하면서 자연스레 도전적인 마음가짐을 갖게 돼요.” 자기만족이란 위험 요소도 도사리고 있지만, 조엘 코언은 평범해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기도 할까? “오 물론이죠!” 그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늘 신선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고, 관객들을 자극하고 관심을 끄는 새로운 작품들을 꾸준히 하고 싶어 하거든요.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 작품에 관심을 보여온 사람들에게 가장 큰 책임감을 느껴요. 그들이야말로 가장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죠.”
창의적인 사람들은 계속 그 흐름을 멈추지 않기 위해, 또는 슬럼프에 빠졌을 때 그걸 벗어나기 위해 뭔가 예사롭지 않은 일들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뭐 창작용 비아그라 같은 걸 복용한다는 말씀이세요?” 조엘은 자신이 던진 농담에 스스로 껄껄 웃으며 말을 잇는다. “아뇨, 우린 전혀 약의 힘을 빌리지 않고 작업을 해요.”
비록 현재의 코언 형제가 넘치는 스토리 아이디어들과 에너지로 그들 영화 이력에 정점에, 혹은 거의 정점에 이르렀다.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조엘은 늘 그런 위치에 머물지 못할 것을 걱정한다. “다른 영화감독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대개 후반으로 갈수록 처지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럼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아마도 이 영화 일이란 게 나이를 먹을수록 힘들어지는 가 보다’라고요. 일종의 훈계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죠. 제게는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고요.”
모든 걸 고려해서, 조엘 코언은 20년 뒤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그릴까? “음, 좋은 질문이네요.” 그는 이어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다시 입을 연다. “전혀 모르겠어요. 저의 일부는 계속 영화를 만들고 있기를 바라고, 또 다른 일부는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요!” 그는 지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그 호탕한 웃음을 다시 한 번 터뜨린다. “글쎄요. 20~30년 뒤에도 여전히 영화를 만들고 있다면 근사한 일이겠죠. 그런데 이 영화 비즈니스는 젊은 사람들의 비즈니스예요. 제가 아는 영화감독들 가운데는 저보다 스무 살이나 더 많은 분들도 계시는데-전혀 논리적인 이유 없이, 그리고 그들이 현재 활동 중인 대다수의 영화감독들보다 훨씬 유능함에도 불구하고-영화 프로젝트를 진척시키기가 참 힘들어요. 그게 바로 이 영화판이 젊은 사람들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곳이기 때문이죠.”
(중략)
이전 시대 감독들 가운데선, 조엘은 스탠리 큐브릭을 거장으로 손꼽는다. 그의 놀라운 스토리텔링 능력 때문만이 아니라, 메인스트림에 실제 속하지 않으면서도 그 경계선상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재능을 높이 사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할리우드 시스템을 손들게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스탠리 큐브릭을 늘 존경해요.” 그는 말한다. 거의 늘 메이저 영화사들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음에도, 자신들 영화의 창의적 측면에서 늘 통제권을 유지하는 능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코언 형제도 유사한 찬사를 익히 들어왔다. “큐브릭이 그 해법을 다 찾아놓은 게 아닌가 생각했죠.”
분명 흥미로움에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필름메이킹에 대한 이야기들은 여전히 조엘 코언의 팬들이 늘 묻는 핵심 질문에 답을 주지는 못한다. 그 질문은 바로 ‘무엇이 그를 창의적이게 만드는가?’다. “제가 창의적인지 아닌지 저는 모르겠어요.” 그가 답한다. “그건 다른 사람들이 판단해줄 문제죠. 글쎄요, 제가 괜찮은 직업을 갖고 있는 것 같기는 해요.”(p.345-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