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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진실한 한 문장은 무엇인가?

Amor Liber_책을 사랑하는 시간, 공간, 인간

by 홍승완 심재

지금 나의 진실한 한 문장은 무엇인가?

(이전 글에서 계속 이어짐)


나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글쓰기에 중심을 잡아줄 만트라(mantra)를 만들었다. 사실 이 만트라의 기원은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다. 헤밍웨이는 무명 작가 시절 글이 막힐 때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네가 할 일은 진실한 문장을 딱 한 줄만 쓰는 거야. 네가 알고 있는 가장 진실한 문장 한 줄을 써봐.’ 그는 20대에 프랑스 파리에서 보낸 가장 가난하면서도 행복했던 시절을 회고한 <파리는 날마다 축제>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그렇게 한 줄의 진실한 문장을 찾으면, 거기서부터 시작해서 계속 글을 써나갈 수 있었다. 그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왜냐면 언제나 내가 알고 있거나, 어디에선가 읽었거나, 혹은 누군가에게서 들은 적이 있는 몇몇 진실한 문장이 있게 마련이었으니까. 만약 내가 미사어구를 동원하여 글을 쓰거나, 혹은 뭔가를 알리거나 소개하려는 사람처럼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그 수사적인 표현이나 과장된 문장들을 다 지워 버리고, 내가 쓴 첫 번째의 간결하고 진솔하며 사실에 바탕을 둔 문장을 출발점으로 삼아 다시 썼다.


나는 헤밍웨이의 책에서 이 구절을 처음 읽으며 밑줄 치고 페이지의 한쪽 끝을 접어두었다. 하지만 이 문장을 만트라로 삼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몇 년 후 류시화 시인의 산문집에서 이 이야기를 다시 만났다. 시인도 나처럼 헤밍웨이의 글이 가슴에 들어왔다고 했다. 시인은 나와 달리 이 문장을 헤밍웨이가 건네준 ‘부적 같은 선물’로 흔쾌히 받아들여서 ‘글쓰기 시작 질문’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글을 쓸 때 늘 ‘오늘 나의 진실한 한 문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며 시작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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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파리는 날마다 축제> 표지( 좌측 사진)와 해당 내용이 나오는 책의 본문(우측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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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시인의 산문집에서 다시 만난 헤밍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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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책에서 이 질문을 보자마자 마음이 환해졌다. <파리는 날마다 축제>를 다시 꺼내서 이 문장을 찾아보고, 기쁘게 ‘글쓰기 만트라’로 삼기로 했다. 나 역시 글쓰기를 시작할 때 이 문장을 되뇌지만, 이 만트라는 글쓰기가 꽉 막혔을 때 진짜 힘을 발휘한다. 머리가 안 돌아가고 어디서부터 풀어나가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 주문을 외듯 질문을 던지고 또 던진다. ‘지금 나의 진실한 한 문장은 무엇인가?’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아무리 어려워도 진실한 한 문장은 쓸 수 있으니까. 만트라를 되풀이하며 마음을 다잡고, 지금 내가 쓰고 싶은, 쓸 수 있는 진실한 한 문장은 무엇인지 찾는다. 그렇게 한 줄씩 써나가다 보면 마음이 열리고 글에도 새길이 열린다.


나는 이제 멋지거나 완벽한 글이 아닌 진실한 글을 쓰고 싶다. 진실한 글이 무엇이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여전히 모르지만, 그간의 경험으로 논리와 사례와 표현이 진실한 글의 본질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다. 지식보다는 체험이 진실에 가까우며, 기교가 아닌 진심으로 성실하게 써야 진실한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게는 글쓰기 만트라가 있다. 이 만트라를 중심에 두고 계속 글을 쓰다 보면 진실한 글쓰기에 점점 다가가게 될 거라 믿는다.


지금 나의 진실한 한 문장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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