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유 Jun 03. 2020

이별을 가장 빨리 극복하는 방법,

이별을 가장 빨리 극복하는 단 한 가지 방법은 
..
단 한 번이라도 좋은 이별을 경험하는 것이 아닐까.





아주 오랜만에 이별을 했다.

뜨겁게 사랑했었고, 꽤나 긴 시간을 함께했었고, 하나의 미래를 꿈꾸기도 했었지만..

시간 앞에 권태를 이기지 못했으며, 확신보다 불안에 가까워졌던 관계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세 번째 겨울 동안 우리는 긴 고민과 대화를 거듭했었고,

유난히 차가웠던 겨울이 지나고 봄볕이 뜨거워질 무렵, 초록이 우거진 카페에서 우리는 타인이 되었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작고 큰 이별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뜨겁게 사랑했으나 이별한 사람,

잡았으나 놓쳐버린 기회,

알았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몰랐던 것,

헤어졌으나 여전히 보고 싶은 얼굴,

잊었다고 생각했으나 여전히 반응하는 마음..


어쩌면 삶을 잘 산다는 것은 이별을 잘 해낸다는 의미가 아닐까.

이별을 통해 지나온 것, 떠나온 것, 끊어낸 것, 멀어진 것들에 대하여 덤덤히 '잘 가'라고 인사할 수 있는 것..


그래서 삶을 더 열심히 살아갈수록(생성)

아이러니하게도 이별의 순간은 더 많이 찾아온 게 된다. (소멸)


더 많은 친구가 있을수록,

더 많은 동료가 있을수록,

더 많은 일을 해볼수록,

더 많은 물건을 가져볼수록,

더 많은 성장의 단계를 진입해볼수록,


거기에서 언젠가 떠나는 경험을 하게 되니까..


나는 사실 변화에 유약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들인 것들에 애착이 아주 강한 사람이다. 

오래된 물건, 오래 살고 있는 집, 오래 다니고 있는 회사, 오래된 친구들.. 오랜 연인까지.

 

하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인연은.. 내가 아무리 아끼고 열정을 붓는다고 해서 지속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는 마치 사랑을 맡겨놓기라도 한 사람처럼, 왜 더 사랑해주지 않냐며 다그쳤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변한 마음은 내 것이 아니며, 내가 어찌할 수가 없음을...

이제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좋은 이별은 없다고 하지만, 나는 이번 이별만큼은 성숙하게 해내고 싶었다.

여전히 두렵고,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텅 빈 시간이 오면 텅 비어버린 마음이 헛헛하기도 하지만..

식어버린 사랑이라 하여 무의미한 것은 아니니까.

긴 시간 동안 곁에 있어주었고, 그동안 누구보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되어주었으니까.

내 청춘의 한 조각이 되어준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갈무리를 짓고 싶었다. 

 

"함께한 시간 동안 단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로 예뻐해 준 것,
아마도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을 특별한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준 것.
그리고 매일의 일상에서 위로가 되어준 시간들.. 정말 고마웠어요.
앞으로 우리는 각자의 삶을 향해 날아가지만.. 늘 응원할게요. 안녕." 


상처가 없던 연애는 아니었지만, 다른 이별보다 그나마 덜 힘들게 내 삶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은..

아마도 그렇게 한 번이라도 좋은 이별을 해보고자 했던 나의 진심이 아닐까.


아낌없이 사랑했고, 모든 마음을 내어주었던 나의 지나간 사랑에도 정중히 인사를 해본다.


고마웠던 나의 시간, Adios - 



PS. 이미 이별을 겪은 분들, 혹은 이별했으나 이별하지 못한 분들께는

보내지 못할 편지, 전하지 못할 진심이라도 한 번 적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상대에게 쓰는 마음이 아니라도, 나에게 적어보는 나지막한 편지도 좋아요. 

온 마음으로 사랑했던 나의 청춘에게 고맙다고. 애써준 내 마음에게 수고했다 말해주세요 - 












매거진의 이전글 결혼 안 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