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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유 Sep 21. 2020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 3년 후.

https://brunch.co.kr/@herstory7/19


이 글을 쓴 후.. 3년이 흘렀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 밤.                                                                                                                                                                                                                                                                                          

3년 만에 듣는 그의 목소리.

시간의 공백이 무색하도록 반가운 목소리.


꾹꾹 쌓아놓고 외면하던 감정들이

참을 수 없는 팝콘처럼 터져 나온다.


기억의 파도 위에 위태로운 나는 하염없이 나풀거린다.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어디에서 왔던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켜켜이 쌓아놓은 시간들은 어느새 먼지가 되어 나를 휘감고 있다.


초월한 시간들은 나를 뒤덮는다.

뒤엉킨 시간들은 나를 붙잡는다.


...


4년을 만났고,

4년이 흘렀다.


이젠 함께였던 시간보다

따로 였던 시간이 더 길어지는데

함께였던 시간의 깊이는 도무지 얕아지지 않는다.


내 삶의 일부. 어디에 누구와 있더라도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라는 누군가.

바보같이 순수했고, 그래서 철이 없었던 내 청춘을 귀하게도 사랑해주었던 고마운 사람.


돌고 돌아 다시

그 사람인 걸까.





그 시간 동안 나는 지난 그리움이 무색하게 다른 사람도 만났고, 사랑도 했다.

가끔. 아니 어쩌면 종종 생각을 하기도 했다.

(생각이 났다고 표현해야 할까)

몰래 SNS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우연인 척 문득 찾아가 볼까 상상도 해보았지만,

지나간 기억은 추억대로 두기로 하고 나는 현재를 열심히 살아왔다.


잊히지 않는 것은 맞으나, 잊을 수 없어 힘든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사랑도 퍽 열심히 했었고, 결혼식 2달 전 도망치듯 헤어졌던 그때 내 결정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가끔 궁금하긴 했다.


"우리 그냥 그때 결혼했더라면, 잘 살았을까?"


"응. 지지고 볶고 해도 그 나름대로 잘 살았을 거 같아."


"맞아. 삶이 힘들면 같이 훌쩍 여행도 가고, 술도 한잔씩 하면서 티격태격해도 잘 살았을 거 같아."


"그런데 왜 너는 그동안 결혼하지 않았어?"


"음.. 오빠는?"


"..."


나는 이제 인연의 끝이 어디인지, 인연의 깊이가 어디쯤인지 가늠할 수 없다.

우리는 어쩌면 시간의 파도에서 함께 헤매고 있는 것일까.


 끝이 있긴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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