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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유 Oct 04. 2020

헤어진 후의 갑과 을


관계에는 선악이 아니라 강약만이 존재한다.
내가 어떤 관계에서 덜 휘둘리려면 강자가 되는 수밖에 없다.




헤어진 지 수년이 흘렀는데도, 이렇게 지나간 사랑을 마주함에 있어 허덕이는 나와는 달리,

긴 연애 후에도 헤어진 연인과도 가끔 만나 밥을 먹고, 안부를 묻는 친구가 있다.


"너는 전 남자 친구랑 가끔 만나도 마음의 동요가 없어?"


"응. 아무렇지도 않고 그냥 편해."


"음.. 나는 아직도 이렇게 갈대처럼 마음이 휘청이는데, 우린 무슨 차이인 걸까..?"


"그를 가끔 만나도 내가 갑이라는 게 느껴져서? ㅎㅎ 상대가 더 나를 아쉬워하는 마음이 느껴지거든. 그래서 별로 슬픈 맘이 들지 않는 것 같아."


"갑?!"


"나는 연애할 때도 상대가 나를 100% 소유했다고 느끼게 하지 않아. 나는 내 삶이 확실하고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항상 뭐랄까.. 의도한 건 아니지만, 잡힐 듯 말 듯 잡히지 않는 여자? 가 되는 것 같아. 헤어지고 나서도 그렇고."


"힝.. 그럼 나는 갑은커녕 을도 넘어 정 정도 되었나 보다. 나는 내 마음을 숨기는 게 너무 어려운 걸.."




사람들은 보통 스스로의 감정에 대입하여 상대도 그럴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를테면 같은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옛사랑을 떠올리면, 내가 그리운만큼 그도 그러하겠지.라고,


하지만 그녀와의 대화 끝에, 같은 시간을 공유했더라도 그리움의 강도는 사뭇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절없이 보여준 내 마음에 그는 갑의 마음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고.. 언제든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나를 보는 상대의 마음과, 아무리 애써도 잡힐 것 같지 않은 그를 보는 나의 마음의 온도차가, 잔인하지만 헤어진 후에도 갑과 을의 온도차가 되는 것이다.


관계에는 선악이 아니라 강약만이 존재한다. 내가 어떤 관계에서 덜 휘둘리려면 강자가 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관계에서의 강자는 어떤 사람일까.


아마도..

덜 아쉬워하는 사람,

덜 절실한 사람,

'우리'로서의 삶보다 '나'의 삶이 더 중요한 사람..

정도가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헤어진 후에도 당당하게 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녀는 스스로의 삶의 테두리가 명확하고, 늘 자신감이 넘치고, 연애에도 언제나 최선을 다하되, 그 외에서도 많은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그래서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마도 다시 사랑을 하더라도 내 마음을 숨기거나, 100%를 다 주지 않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All or nothing, 아마도 흠뻑 사랑에 빠져 올인하겠지. 그러나 둘이어서 '더' 행복한 사랑을 하려면, 혼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흔한 말이.. 사실 외로움을 많이 타고, 자꾸만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지는 나에게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예전보단 많이 강해졌으니까. 내 안의 사랑의 그릇을 더 크게 키워서, 아낌없이 주어도 모자라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결론은 언제나 똑같다.


나부터 스스로 행복할 수 있어야 해.

그래서 더 강해져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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