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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유 Nov 02. 2021

내 꿈이 직장인은 아니었는데

"이게 정말 최선이야?"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여느 때와 다름 었던 어느 회식 날, 나는 회사 생활도 잘하고 인성도 좋고 정돈되어있고 열정 넘치던 나의 사수에게 질문을 던졌다.


"과장님은 꿈이 뭐예요?"

"난 지금 하는 일은 적성에 맞는 것 같지 않은데.. 이번 생은 글렀으니 내 딸만큼은 하고 싶은 일 하며 살았으면 좋겠어. 그게 내 꿈이야"

"이렇게 일도 잘하시고 열심히 하시는데 이게 적성에 안 맞는 거예요??"

"그럼, 재밌다고 생각한 적 없어.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


어쩌면 나와 대화를 나누었던 과장님 외에도, 대한민국의 수많은 직장인 엄마, 아빠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행복의 기준이 개인마다 다르니 그게 다 안타깝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뭉클한 현실이었고 충격적인 대화였다. 1분 남짓한 짧은 대화였지만.. 그 후 나의 뇌리에 아주 오래도록 남게 된다.




당신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어렸을 땐 자기소개에도 장래희망을 썼던 기억이 있다.

어느 날엔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어떤 날엔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고, 그때는 꿈을 묻는 사람도 많았고,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지 꿈꾸던 날들도 많았다.


언제부턴가 꿈을 묻는 사람들은 사라지고, 목표만 남게 되었다.


시험 성적이 오르는 것
좋은 대학에 가는 것
대학 학점을 잘 받는 것
자격증 시험에 합격하는 것
좋은 회사에 취업하는 것
회사에서는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좋은 고가를 받는 것
...


그렇게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안정적인 대기업에 취업하고,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하고, 승진을 하고..

8년 8개월이 흘렀다.


어느새 30대 중반이 되었고, 회사 안의 시간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시간"이 되었고, 회사 밖에서의 시간은 "열심히 일했으니 이 시간만은 온전히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 되었다. 즉 인내하는 시간과 해소하는 시간으로 나뉘었고, 나는 그 시간들을 오롯이 나의 시간으로 쓰기 위해 시간을 나노 단위로 쪼개서.. 참 열심히도 살고 있었다.


아침 7시~오후 7시 : 준비, 통근, 회사에 쓰는 시간 (그 와중에 점심시간은 운동으로 채웠었고)
오후 7시~오전 1시 : 식사, 집안일 등 기본 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을 제외하면,
나에게 남는 오롯한 나의 시간은 Max. 4~5시간


나에게 남은 이 시간만큼은 내가 원하는 것으로 채우고 싶었고, 나는 부단히 도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이기도 했다. 직장인 밴드에서 노래를 하고, 투자 스터디를 다니며 자본주의 생존을 위한 공부도 하고, 독서 모임을 운영하며 지적 대화를 통한 유희를 채우고, 여기저기 국내/해외 할 것 없이 여행을 다니고, 그렇게 바쁘게 채워내도 공허했던 마음의 빈 틈을 메우기 위해 명상도 배우고, 그 와중에 사랑도 하고, 우정도 나누고, 건강하게 먹고살기 위해 운동도 하고 요리도 한다.


회사 생활이 힘든 것도 아니었다. 야근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운이 좋게도 인간관계 스트레스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스스로가 더 이방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럴수록 나는 (회사 밖에서) 더 열심히 살았고, 그래서 늘 바빴지만, 늘 조급했다.

아무리 채우고 채워도, 어쩐 자기 마음속에 항상 자리하던 질문, 그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 갔다.


이게 정말 최선이야?


아닌 것은 사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마땅히 내가 정말로 간절하게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언젠가 그런 새로운 꿈이 생기면 그때 행동하리라 생각하며 버텨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여태도 잊고 살았던 "꿈"이라는 것이 불현듯 다가오는 것도 아니었고, 대한민국 서울에서는 대기업 월급만으로도 먹고 살기 빠듯하기에 나의 생존 본능은 현실적인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하고 싶은 일로 어떻게 먹고살아?"

"어떻게 사람이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아.."


그렇게 존버 한 세월이 어느새 벌써 곧 10년이었고, 언제부턴가 회사에서의 나는 점점 표정을 잃어갔고, 눈동자는 공허해졌다. 처음엔 재밌고 흥미로웠던, 나의 참 다양하기도 했던 취미들도 점점 재미가 없어졌고,

그 와중에 하나 둘 먹은 나이의 무게는 더 나를 눌러냈고, 하고 싶은 일로 먹고사는 모든 사람들이 부러웠다.


하지만 이제 정말 목 끝까지 차오른 나의 목소리 ,


"더 이상은 못하겠다.."


나는 뭐든 변화의 씨앗을 만들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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