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진 May 27. 2015

# 실 이야기

캄보디아에서 직조(weaving) 아티쟌들과 함께.



물레 돌리는 캄보디아 아티쟌(photo by kwanseock)

#

따께오에서 샘플 작업을 위해 실을 준비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무시무시하게 실이 엉켜버린 거다.

등에서 땀이 찍 나면서 이걸 어쩌나 싶었는데 봉컨이 오더니 이렇게 저렇게 뭐 아무튼 온몸으로 

그 엉켜버린 실을 풀어냈다. 이게 지금 말로 그냥  '엉켰다'로 끝나서 별거 아닌 거 같지만 

그 엉킨 실들은 정말 어마어마했다. 

이틀 공들여 감아논 실들이 순식간에 엉켜버렸을때의 허망함과 쪼그라드는 자신감.
내가 쩔쩔매고 있으면 어김없이 나타나 뭐든 다해주는 언니들 덕분에 좀 살 것 같다. 


#

여차저차 대기 시간이 생겨 물레 돌리는 언니들 틈에 껴서 
물레 돌리는 일을 도왔다. 이 작업의 목적은 실패에 감기지 않은 실을 실패에 예쁘게 감아주는 것.
몇 번 감지도 않았는데 실이 끊어졌다. 난 또다시 등에 땀이 찍 나면서...두리번 거렸다. 


실을 감는데 실이 끊어지면 이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건지. 

끊어진 실을 바라보는데 끊어진 한쪽은 내 두 손가락이 쥐고 있고 나머지 한쪽은 어디서 찾아야 할지 

눈 앞이 답답해졌다.
내 두리번 거림에 옆에 언니가 슬쩍 와서 끊어진 실의 시작을 찾아 
 내 두 손가락에 있던 나머지 실과 슬쩍 묶더니 어여 하라고 손짓하고 가버렸다. 
실패 하나  감는데 이런 일이  한스무 번 정도..
하다하다 안되니깐 언니가 다른 쉬운 일 주면서 다른 곳으로 데려갔다.

그러니깐 내 말은 
 온전히 감긴 실들이 실은 중간에 끊겨서
 새롭게 묶어 시작된 부분도 있다는 걸 왜 생각하지 못했을까.


온전해 보이는 것들이 실은 다 구구절절 매듭이 있다는 거지.



매거진의 이전글 # 따께오 첫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