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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소서(小暑)

by 봉진

2025년 7월 7일(월)

최저온도 24°/ 최고온도 35°


'작은 더위' 소서(小暑). 연일 폭염 안전수칙 재난 문자가 하루에도 열개즘 알람을 울린다.

이런 폭염 속 '작은 더위'란 얼마나 작고 이것보다 큰 더위는 얼마나 큰 더위일까 다가올 대서(大西)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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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한다는 날씨 예보를 보고 며칠 비가 오고 날이 축축하겠구나, 집이 습해질 수도 있으니 제습기도 꺼내놓고 습기 제거제도 주문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놓기 무색하게 비는 오지 않았다.

해가 쨍쨍. 타들어가는 날씨가 지속되어 한낮에는 밖으로 나가지 못했고 길에는 걸어 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날이 더워지니 잠자리가 불편해 개운하지 않고 야외 활동을 못하니 처지는 기분이 들었다.


비가 오길 이렇게 기다려 본 적이 있었던가.


더위에 취약한 인간이 맥없이 지쳐가는 중 마당에 나무들과 풀들은 끄떡없이 이 더위를 견디고 있었다.

무자비한 더위에 축 늘어진 호박잎들을 보고 있으면 '호박잎 좀 봐! 쟤네들도 더위에 지치나 봐' 하고 호박과 동병상련을 나누었다. 야외 활동을 빼놓을 수 없는 시골에서 '야외 작업 자제'를 안내한다고 바깥일을 멈출 수 있을까. 더위를 피해 새벽 일찍, 해가 지는 저녁 무렵 한 둘씩 나와 밭일을 하는 이웃들을 보면서 그동안 덥다고 게으름 피운 우리를 반성하게 된다. (그렇지만 요즘은 새벽도 저녁에도 너무 덥다!!)


더위에 야외 활동이 소홀하던 중 마당에 핀 해바라기가 눈에 띄었다.

봄에 씨앗을 발아하여 마당에 네 그루를 심었는데 세 그루가 자랐다. 처음에는 자라나는 속도가 더디었는데 어느새 키가 쑥쑥 커서 지금은 내 어깨만큼 키가 컸다.

햇빛을 좋아하는 해바라기는 이 무더운 여름 해가 얼마나 반가울까. 나는 이미 글렀고 너는 해랑 이 여름 찐하게 잘 보내주길. 너는 뜨거운 태양의 양기를 따라 꽃도 피고 나비, 벌과 신나게 교감할 때 나는 서늘한 그늘에서 시원한 수박, 참외를 먹으며 장마가 짧고 무더운 날이 지속되는 이상 기후에 대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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