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서 발견한 언어의 즐거움
급하게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멀지 않은 일본이라 마음을 편하게 갖고 있다가 당일 전날 허둥대었지만 친구의 도움으로 편히 다녀왔습니다. 여행하면서 느낀 것들을 두서없이 적어 보려 합니다. 업무가 우선이어서 커다란 즐거움은 없었지만, 공항에 가는 것만으로도 설렌다라는 것을 이번에 느낀 것이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침묵의 여행이었습니다. 혼자 가는 출장이니 그럴 수도 있지만 구글 맵과 카메라만 들고 다니며 사진 찍고 위치를 찾다 보니 말이 필요 없더라고요. 이점이 이번 여행에서는 장점이자 단점이었습니다. 조금은 심심했지만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할 기회였습니다. 심지어 일본어도 필요가 없었죠.
말이 필요할 땐 사람이 있는 곳으로 찾아갔습니다. 만약 혼자 유유자적하는 목적이었다면 굳이 일본까지 가서 코워킹 스페이스를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앞에서 말했듯이 입이 심심해질 것을 예상했는지 업무 중간중간에 코워킹 스페이스인 위워크 일본 지점을 방문하였습니다. 현지 직원들과 영어로도 소통도 하고 일본인 멤버와도 짧지만, 대화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어 대화하기 클럽에 가입하여 연습한 것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더군요. 한국말이 필요했던 곳은 아니었지만, 대화가 필요해서 숙소 근처의 펍을 찾아 나섰습니다. 거의 40분이나 돌아다녔는데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입간판에 쓰인 한국어를 보고 나도 모르게 들어가 보니 한국분들이 운영하던 펍이었습니다. 그분들 덕택에 배불리 꼬치구이를 먹고 일본인 친구 2명과도 친해질 기회를 얻었습니다. 결국 기념사진도 같이 찍어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습니다.
마지막 날 한국의 연남동 같은 '아자부 주반'을 방문할 일이 있었습니다. 거리가 좁고 많은 상점이 있어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유현준 교수님이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강조하던 걷고 싶은 거리를 충족하는 거리였습니다. 골목마다 사람이 넘치고 상점이 많아 볼 것도 살 것도 많은 그야말로 버라이어티 한 골목이었습니다. 읽지 못하지만 재밌는 간판 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많은 한국 분들이 오모테산도를 즐겨 가시던데 보시는 김에 '아자부 주반'도 방문해보심을 추천해 드립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이번 출장은 언어의 소중함을 느끼고 온 여행 같습니다. 평소 느끼지 못했던 우리말의 소중함도 느꼈고요. 2020년 도쿄에서 열리는 올림픽 때문에 모든 지하철역의 한글이 병기된 역 간판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더불어 일본어에도 흥미가 생겨 배워 보고 싶은 욕심도 생겨났습니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이번 여행에서 건진 것이 크다고 할 수 있는데요. 역시나 벌써 일본이 그리워졌습니다. 다음 여행을 지금부터 준비해 보는 것은 욕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