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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정은 Feb 22. 2021

21세기 엄마의 교육관

과도기를 살아가는 자세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스스로를 자각하게 된 일본은, 갑자기 서둘러 디지털화를 하기 시작하였다. 불과 작년에 얼마나 일본이 아날로그이고 구식인지에 대해서 썼었는데, 1년 사이에 내가 느끼기에도 급변하고 있으니 한발 늦긴 늦었어도, 이들의 노력은 정말 진심으로 칭찬한다. 물론 아직 한국의 레벨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지만.


그러나 이런 급변하는 시대에도 이들은 교육에 있어서는 몇십 년 전의 우리 세대와 크게 다름이 없어 보인다. 물론 옛 한국 교육이 일본 교육방식을 거의 그대로 옮겨온 탓일 수도 있겠지만, 이곳 아이들의 공부하는 모습들을 보면 90년대 서울이 생각난다. 수학, 과학, 국어, 영어, 음악, 체육. 부모세대와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을 별반 다르지 않은 형태로 배우는 아이들을 보면 안정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발전이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인터내셔널 스쿨은 그나마 조금은 진보적이지만 (예를 들어 유치원부터 노출되는 제2외국어, 컴퓨터 수업, 등) 기본적인 형태와 내용은 우리 세대가 받은 교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호모 데우스> Homo Deus의 저자 유발 노아 하라리는 말한다, 21세기는 알고리즘의 세상이라고.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직업들이 AI로 교체될 거라고. 더 이상 이것은 공상과학이 아니라는 사실에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무서웠다. 80년대생인 나는 아마도 아날로그를 경험한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그렇다면 2010년대 생인 나의 아이들이 성인이 된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의료, 예술, 법조, 제조업 등 직업을 막론하고 AI는 무서운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인간이 개발한 이 알고리즘은 스스로 계속 진화하여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관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심지어 우리가 만들어 놓은 세상과 동떨어져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만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나의 아이들이 어떤 세상을 맞닥뜨리더라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21세기 부모로서 나의 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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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도기에 성장하고 있는 자녀를 두었기에, 기존에 내가 받았던 교육 방식을 아이들에게 고수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항상 든다. 얘네가 살아갈 세계가 어떤 세상일지 모르기에 우리 세대가 익숙한 직업이나 특정 학교/학과를 가기 위한 공부는 정말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다. 반면에, 내가 아는 선에서의 '교양 있고 상식적인 인간'은 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는 않겠나 하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다. 그 기준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일지라도.


교양 있고 상식적인 인간이 될 수 있기 위한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기준은:


기본 세계사를 알고 현재의 세계정세에도 밝으며 (역사)

자기의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얘기할  있고 (문학)

급박한 재난 상황에서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으며 (수학, 과학)

큰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2-3개는 됐으면 좋겠고 (운동)

악기 하나는 잘했으면 한다 (음악, 예술)


나의 기준들이 부모로서의 욕심일지는 몰라도, 어느 특정 직업이나 특정 분야를 목표로 한다기보다는 어떠한 '사람'으로 자라냐를 목표로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저런 조건들을 충족시키려면 결국 80-90년대 내가 받았던 교육들을 어느 정도 다 해야 한다. 결국은 세상이 변한다며 그렇게 고민하다가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아이의 스케줄을 짤 때 내가 자란 세대의 교육과 별반 다르지 않은 내용이 되어버린다.



언제나 과학의 발전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선사하고는 한다. (이제는 많이들 잊었지만 사람들이 Y2K를 외치던) 2000년도 내가 유학을 갔던 그 해에, 엄마 친구분이 나에게 헉슬리의 Brave New World를 읽어보라고 원서로 선물 주셨었다. 아마 그때 우리 부모세대도 그 당시 신세대였던 우리를 키우는 마음의 8할은 불안이었으리라.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정말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드는 건 그때의 부모나 지금의 부모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앞으로 5년 후에는 또 어떤 생각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을지는 몰라도-- 아이들 교육에 대한 지금 2021년 나의 엄마로서의 마음은 이렇다: AI가 세상을 바꾸고 우리가 아는 많은 직업들이 사라질지라도, 결국 인간은 언제나 인간일 것. 따라서, 어떠한 세상을 살더라도 기본적인 인격 수양, 상식 공부, 가치관 형성은 해야 할 것. 나이에 맞는 지식 습득을 하되, 언제나 새로운 문물에 대한 열린 사고방식을 길러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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