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잡으면 그땐 너랑 결혼하고 싶다
비혼주의자였던 우리는 결혼을 꿈꿨고
바쁘게 일했고, 뜨겁게 사랑했던 그와 나는 어느새, 새로 시작한 일에 적응했고 처음 34명의 학생으로 시작했던 나의 수업 스케줄은 입사 6개월 만에, 더 이상 비집고 들어 올 수 없을 정도로 수업이 차 버렸다. 그로 인해 오후 1시부터 밤 10시 혹은 11시까지 수업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자정이 다 되어 갔다.
"힘들다."
입으로 힘듦을 토해내며 홍대에 도착하면 나를 기다리는 그와 짧게는 십 분, 길게는 두 시간을 훌쩍 넘겨 가며 함께 했다.
그와 카페 한편에 자리 잡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나 비혼주의자였던 거 알지? 너도 그랬다고 했었고."
"응. 그랬지. 그런데 그건 왜?"
"혹시 아직도 그래? 아직도 결혼은 안 하고 싶어?"
"음. 글쎄? 예전에 죽어도 싫어 그랬는데 지금은 너 만나고 바뀌고 있어.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내 대답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침묵했다. 조금은 뜬금없는 대화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각해 봤는데 난 너라면 결혼할 수 있을 거 같아. 아니, 결혼하고 싶어. 내가 더 열심히 살 테니 자리 잡으면 그땐 결혼하자."
"좋아!"
세상에서 가장 담백했던 프러포즈와 망설임이 필요 없던 대답. 영화 속에서 숱하게 봐 왔던 로맨틱함은 없었지만 떨리는 목소리에 담겨 전해지던 그의 진심에 나는 그와 결혼을 꿈꿨다.